주 용 일

어스름녘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어깨에 얹혀 오는

옆 사람의 혼곤한 머리

나는 슬그머니 어깨를 내어준다

항상 허세만 부리던 내 어깨가

오랜만에 제대로 쓰였다

그래, 우리가 세상을 함께 산다는 것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피로한 머리를 기댄다는 것 아니겠느냐

서로의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것 아니겠느냐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졸다가 무심히 어깨에 얹혀오는 옆 사람의 혼곤한 머리에 자신의 어깨를 내주며 시인은 현실을 돌아보고 있다. 파편화되고 단절된 현대사회 속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어깨를 내주고 머리를 받쳐주는 것은 얼마나 인간미 넘치고 따스한 풍경인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작은 것에도 배려와 사랑을 펴 준다면 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일이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