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공(公)이란 글자는 본래 ‘사(私)를 나눈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사를 나눈다는 말은 바로 가난을 같이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여러 사람과 어려움을 같이하는 것이 바로 공적인 행동이라는 풀이로 해석되며 거둬들인 국민 세금으로 생활하는 모든 공무원을 공인이라 하는 것이다.

여씨춘추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고전에 인사 원칙으로 이런 기록이 실려 있다. ‘공직을 추천하는데 밖으로는 원수를 피하지 않고, 안으로는 친척을 피하지 않는다. 원수를 배제하지 않았고 아들이라고 피하지 않았으니 기황양이야말로 대공무사(大公無私)하다.’대공무사란 이와 같이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철하고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고사성어의 내용은 이렇다. 춘추시대 진나라 평공이 기황양에게 ‘남양에 현령 자리가 비었는데 누구를 보내는 것이 가장 좋겠는가!’라고 묻자, 기황양은 주저 없이 ‘해호’를 추천했다. 해호는 기황양과 극히 서로 미워하여 원수처럼 여기는 사이였는데 추천하자 평공이 놀라 다시 묻길 ‘해호는 그대와 원수지간이 아닌가? 어찌하여 해호를 추천하는 것인가!’이때 기황양은 ‘왕께서는 현령 자리에 누가 적임자인지를 물으셨지, 누가 신과 원수지간이냐를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그 후 평공이 다시 조정에 법을 집행할 사람 한 명이 필요하다면 누구를 추천하느냐의 물음에 기황양은 이번에는 자기 아들을 추천하였다. 평공이 자신의 아들을 추천함을 의아해 묻자, 기황양은 일에 적임자냐고 물으셨지 그가 내 아들인지 아닌지는 묻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 두 사람은 모든 공적인 일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하여 나라 사람들이 모두 잘된 임명이라고 칭송했다.

전국시대 말기의 한비자는 노자의 도론(道論)을 수용하여 법치사상의 세계관은 자연원리의 보편성과 공평무사 객관성을 주장했다. 또한 법치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백성들의 귀천과 관계없이 평등하고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정치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사람을 기용하는 용인(用人)의 기술은 국가 통치의 중요한 방면이기에 개인적 감정을 공적인 일에 개입시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사건을 언급하면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면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갈등을 끝내고 이제 좀 놓아주자’고 호소했다. 범법행위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사적으로 마음의 빚을 졌다고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대통령으로서의 행위는 참담하며, 불법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초법적이라며 국민이 준 권한을 이용하여 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국가 공공조직은 투명성·공정성·객관성을 기반으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유는 특정 조직체를 넘어 한 사회의 가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오늘날 한비자나 우리가 그리는 법치주의 이념이 진정으로 실현된 이상세계는 아직도 달성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2300년 전 한비자의 고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