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현역 최초 총선 불출마 선언
인위적 쇄신 요구 커지는 상황
대표적 진박 인사 상징성 더해
향후 적잖은 파장 부를 가능성
TK 정치적 결단 임박 전망 속
일각선 무조건 퇴진 해석 경계

‘물꼬가 터졌다’

대구 동갑의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19일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대구·경북(TK)지역 현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친박계가 공천 파동을 불사하며 TK지역에 공천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인사 중 한 명이다. 특히 정 의원의 불출마가 TK지역에서부터 인위적인 인물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당 안팎의 여론이 커져가고 있는 점과 대표적인 진박 인사이라는 점이 맞물리면서 TK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기사 3·17면>

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에 참여해 정부개혁과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등과 국가대개조에 노력했지만 충분히 이루지 못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우리 당의 셀프탄핵도 막지 못했으며 박 전 대통령의 억울함과 고통에 잘 대응하지도 못한 죄책감을 무겁게 느끼며 이렇게 결정했다”며 불출마 배경을 밝혔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야당과 손잡고 셀프 탄핵을 주장했던 사람들과 뿌리 깊은 계파 갈등에 책임 있는 핵심 인사들은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세력 교체와 통합의 길을 여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혁신과 통합은 명확하고 간단하다”며 “과감한 인적 쇄신과 통합에 걸림이 되는 사람들부터 먼저 불출마선언을 하고 백의종군하면 (통합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과 통합이 이뤄지려면 보수정치와 보수 정부의 대실패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들과 기득권에 매몰된 낡은 세력들을 퇴진시키고 신진 세력들로 새 정치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과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새로운보수당의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핵심 인사들 역시 총선 불출마나 2선 후퇴 등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정가에선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TK지역 의원들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당이 대대적 공천 물갈이를 선언해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공무원을 지낸 TK의원들에 대한 불출마는 압박은 더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적쇄신 차원에서 지난 20대 총선시 이른바 ‘친박 공천’으로 당선된 TK의원들은 억울하더라도 한발 뒤로 물러서고 불출마해야 한다”며 불출마를 촉구한 데다, 정 의원도 “앞으로 할말은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친박도 내려 놓을테니 박 전 대통령 탄핵찬성파들도 함께 책임을 지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메시지”라며 “이와 함께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문제를 일으킨 TK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은 거세질 뿐만 아니라 TK인적쇄신론도 더욱 확산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역의원들은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경우 정치인으로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나름의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며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TK지역 한 인사는 “각자의 철학과 ‘책임지는 자세’에 대한 생각이 다른데 무조건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던진 ‘물귀신’ 작전이 될 수도 있는 면은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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