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4·15총선을 저만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1호 공약’이네, ‘인재영입’이네 하고 터져 나오는 뉴스가 선거철에 다다랐음을 한결 실감 나게 하고 있다. 총선 시장은 조만간, 나라 곳간 사정은 염두에 두지 않은 온갖 선심 공약들로 폭포를 이룰 것이다. ‘진보’의 기치를 걸고 있는 여당이 먼저 치고 나갈 것이고, ‘보수’ 야당 또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될 공산이 크다.

안철수가 돌아왔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그는 앞서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지 조작에만 능하고 민생 문제 해결보다는 국민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 살리기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로 현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촌철살인의 어법을 구사한 바 있다. 정치권 포퓰리즘의 시발점은 대중은 대의(大義)보다는 소리(小利)를 좇는다는 확신이다. ‘소금 먹은 놈이 물 켠다’는 속설은 그들의 굳건한 신앙이다.

이미 이 나라의 청년들은 그냥 청년이라는 사실만 같고도 정부로부터 공돈을 받는다. 말하자면, 지지세력이 될 확률이 높은 유권자에게 ‘복지’ 내지는 ‘수당’이라는 나랏돈 봉투를 만들어 퍼주고, 국민은 그 보은으로 부지불식 간에 해당 정치세력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에서 나라의 미래, 후세들이 짊어져야 할 과도한 조세 부담 따위는 고려요소가 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사회복지 전문가·전직 소방관·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스타트업 기업대표 등을 차례로 영입했다. 자유한국당은 목발 짚고 탈북했거나 체육계에서 미투 선언을 했던 인사들을 영입 인재로 발표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단골 패션쇼인 만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기자들 앞에서 당 대표와 사진 찍어가며 온갖 찬사를 늘어놓는다. 그리고는 끝이다. 1회용 광고모델 콘테스트보다도 못한 쇼 정치다.

공천 시즌이 지나면서 몇몇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구 선거에 나가거나 전국구 순번을 타게 될 것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정치권으로 시끌벅적 영입된 인재들이 이 나라 정치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감동적인 증거는 없다. 십중팔구 유권자들의 표심을 현혹하는 데 써먹는 선전용 포장지로 효용을 다하는 존재들이다.

정당들은 그런 ’영입 쇼’ 행위를 ‘물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건 ‘물갈이’가 아니다. 진정 ‘물갈이’를 할 의지가 있다면, 참신한 인재들 데려다가 분 발라 앉히고는 그 지명도와 명성만 발라먹은 뒤 거수기 놀음이나 시키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차고 넘치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의제(議題)와 대안을 공모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중무장해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비전을 밝히는 일부터 먼저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추잡한 가짜정치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게 백번 옳다. 비극적 ‘참붕어’ 죽이기 레이스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