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대형 사고를 쳤다. 얼마 전 메인뉴스에서 ‘정부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가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조작성 여론조사에 대한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 돈만 내면 원하는 결과 수치를 시원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천박한 여론조사 통념이다. 가짜여론을 확산시키는 조작성 여론조사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마비시키고 나아가 나라를 말아먹을 중죄다. 발본색원돼야 마땅하다.

지난달 27일 KBS는 메인뉴스에서 “총선에서 정부 실정(失政)보다 보수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정부 실정(失政)”이라고만 물었고, 야당에 대해서는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유도한 추악한 설문 조사결과다. 자유한국당은 KBS를 검찰에 고발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현대정치에서 민심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다. 자기편에 유리한 조사결과만 들고 흔들며 악을 쓰는 풍경은 이제 하나도 낯설지 않은 정치행태다. 그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전통적 정치 프로세스는 사라지고 여론조사 깃발만 무성한 ‘여론조사 공화국’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는 무려 80여 개에 달한다. 1987년 대선부터 본격 도입된 여론조사는 선거 때마다 홍수를 이뤄 2016년 20대 총선에서만 해도 1천404건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여론조사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있는 그대로의 여론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KBS의 경우 같은 여론조작 장난질은 이뿐이 아니리라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여론조사가 정권의 무리한 행태는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이용된다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이런 꼼수가 얼마나 심각할지 걱정이다. 여론조사를 가장한 여론조작 음모는 추호도 용납돼서는 안 될 민주주의의 적이다. 극한대결이 예상되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