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했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미국인들 사이에 ‘국민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한번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프로스트가 그 청을 수락하고 연단에 서자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시인이 되셨습니까?”

그 자리에 모인 사람 중 대부분은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프로스트는 질문을 던진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수백 명의 사람이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비밀을 지켜줄 수 있습니까? 그러면 저만의 방법을 알려 드리지요.”

사람들은 무조건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프로스트는 정말 큰 비밀이라도 고백하듯 소곤소곤 말했습니다. “나는 도둑놈처럼 시간을 좀 훔쳤습니다. 식사 시간도 훔쳐 오고, 잠자는 시간도 좀 훔쳐 오고, 사람들과 잡담하는 시간도 훔쳤습니다. 그리고 훔쳐 온 시간을 용감하게 휘어잡고 시를 썼습니다.”

사람들이 할 말을 잊고 무어라 대꾸를 못하자 프로스트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늘 바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시간이란 언제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겁니다.”

1860년, 안톤 루빈슈타인이 지도하는 제1기 음악교실에 행색은 초라하나 눈빛이 살아 있는 20대 청년이 들어왔습니다. 광산에서 일하는 가난한 광부의 차남인 이 청년은 누구보다 시간을 아까워하며 음악공부에 전념했습니다. 그는 무의미하게 허비하는 시간을 가장 싫어했던 인물로 종종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서두르자. 시간이 없다. 내 영혼에 있는 이 아름다운 선율을 그대로 놔둔 채 죽을 수는 결코 없다.” 이 청년의 이름은 표도르 차이코프스키, 러시아의 보배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