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기 칠곡군수
백선기 칠곡군수

올해는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군 13만 8천여 명과 유엔군 3만 7천여 명이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국방부는 2000년부터 무려 20여 년 동안 6·25전쟁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왔고, 지난해 칠곡군에서만 30위의 유해가 수습될 정도로 전쟁은 참혹했다.

우리 국민은 미국, 영국 등의 전통적인 우방국의 참전은 알고 있어도 커피의 나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유일의 전투병을 파병한 참전국이란 사실은 대부분 모르고 있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는 “이길 때까지 싸워라. 이기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라는 명령과 함께 자국의 장병을 파병했다. 3주간의 긴 항해 끝에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의 전투에 참여한 6천여 명의 에티오피아 장병들은 120여 명이 전사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황제의 명령처럼 이기든 죽든 하나만 선택했기에 참전국 중 유일하게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다. 253전 전승이라는 무패신화를 쓰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데 앞장선 에티오피아 전설의 부대, 그래서 그들은 ‘초전박살’이란 뜻의 ‘각뉴부대’라고 불린다.

그런 형제의 나라 에티오피아가 1970년대 공산화되면서 각뉴부대 영웅들은 반역자로 전락했다.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재산이 몰수되거나 손가락질을 받으며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필자도 2014년이 되어서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혁혁한 전과를 자세히 알게 됐다.

이러한 사실을 지역민에게 전파하자 호국과 보훈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칠곡 군민은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는 신념으로 에티오피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에 평화의 동전밭을 마련했다. 동전밭을 통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이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자 2015년부터 에티오피아 지원에 주민들의 본격적인 동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생 5천여 명은 용돈을 모아 에티오피아 돕기에 나섰다. 생활에 여유가 있는 군민은 물론, 기초 수급자와 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주민도 참여해 매월 1천200여 만 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러한 군민의 자발적인 정성을 모아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티조 지역을 칠곡평화마을이라 부르고 7년 동안 교육과 식수 사업 등을 펼쳐왔다. 현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지원의 효과를 높이고자 2015년과 2017년에는 칠곡군 방문단을 구성하고 직접 티조 지역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칠곡평화마을 제막식과 초등학교 준공식을 가지고 식수시설을 탐방했다. 또 과거 한국이 가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새마을 운동을 전파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우리 군은 2016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초청해 그들의 무훈을 널리 알렸다.

지역 독지가는 에티오피아 영웅들이 칠곡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사비를 털어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참전 용사임을 알아본 상인들은 제품을 원가로 판매하거나 각종 생필품을 선물했다. 이밖에도 낙동강세계평화문화 대축전에 에티오피아 홍보 부스를 마련해 지역 사회에 그들의 전통 문화와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전파하고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과 ‘문화·관광·보훈 분야 MOU’를 체결해 외교적 차원의 지원 방안도 모색하기 시작했다.

칠곡군민의 위대한 발걸음은 올해에도 멈추지 않는다. 오는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세 번째로 에티오피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서 6·25전쟁 70주년을 맞이해 한국전 참전용사를 만나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 한국전 참전용사 마을을 방문해 의약품, 장난감, 축구공 등을 전달한다. 특히 지난 7년간의 군민의 성원으로 꿈과 희망을 되찾은 티조 칠곡평화 마을의 자립을 선포하고 짐마게네티를 방문해 또 하나의 칠곡평화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군수로서 한 것이라고는 군민을 대표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달한 것뿐이다. 지난 7년간 호국과 보훈의 가치를 올곧게 세우며 이역만리에 칠곡평화마을의 현판을 내건 우리 군민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칠곡군민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