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보조금을 불법으로 수령한 혐의로 경북 포항지역 58개 어촌계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와 관련된 전·현직 어촌계장 60명이 경찰에 입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니 동해안 어촌마을이 시끌벅적할 듯하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지역 어촌계 다수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갯바위 닦기 사업에 지원되는 지방보조금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으로 3억원 가량을 부당하게 타 간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국가 보조금은 눈먼 돈이다”라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감독기관의 허술한 관리와 보조금 수령자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포항 해경에 적발된 58개 어촌계는 포항지역 전체 64개 어촌계의 90%에 해당한다. 대다수 어촌계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서로 눈을 감아 주고 불법적 행위에 가담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짙게 간다. 경찰은 이런 점에 착안, 보조금 지원을 관리하는 포항시와 수협에 대해서도 부당한 과정이 없는지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고 한다. 경찰은 선박출입항 시스템 정보와 갯바위 닦기 사업 실적서를 비교 분석하고 관계자의 자백을 통해 불법적 사실을 확인했다. 조업에 나간 어민이 작업에 참여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는가 하면 일부는 작업시간을 실제보다 2∼3배가량 늘려 부당하게 보조금을 수령한 것 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어촌계별로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천여만원을 불법 수령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금액일지 몰라도 국민의 혈세를 상습적으로 부당하게 수령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부터 제대로 밝혀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는 것이 옳다.

전국적으로 어업분야뿐 아니라 축산, 농업, 복지, 보건 등 보조금이 지원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크게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더 문제다. 현 정부 들어 공공근로 등 많은 분야에서 보조금 지원이 늘어났다. 엄격한 통제와 처벌로 사회적 각성과 함께 국민의 혈세가 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