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비롯해 보수 진영의 정당·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혁통위는 14일 첫 공식 위원회를 열고 통합절차에 관한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혁통위가 성공하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바늘귀를 묶어서는 바느질을 못 한다’는 경구를 명심해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묻지 마 통합’ ‘닥치고 통합’은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혁통위 박형준 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보수에게 왜 국민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일까, 믿음을 주지 않는 걸까. 그 답은 우리 안에 있다. 보수가 보수답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제시할 통합신당의 상은 과거 낡은 모습을 버리고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통위를 바라보는 민심은 아직도 반신반의다. 진보정치세력들은 연일 비관적인 전망을 펼치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혁통위를 통해 통합은 될 수 있지만, 혁신은 안 된다”고 비아냥댔다. 유 이사장은 “혁신한다면 대개 이념·정책·인물·당의 운영 제도·문화 혁신 등을 할 수 있지만, 혁통위에는 혁신 이야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언론들도 회의 석상 등에서 나온 이런저런 엇박자 발언들을 거론하며 혁통위의 출범에 즈음한 불안한 요소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불안정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통위의 6대 원칙이 충실히 반영된 새로운 가치를 담은 통합의 이념, 신당 창당의 정신을 총정리해 세우는 ‘가치재정립’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깃발이 뭔지 뚜렷하게 보여주지도 않고서 어떻게 민심을 흡인해낼 수 있나.

‘보수와 중도 제 세력 간 통합’ 위주의 숫자통합에 치중하면 필경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만다. 시대정신을 담은 감동적인 혁신 ‘가치재정립’을 통해 민심을 사는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과정에서 시대적 공감능력이 없는 구태세력들은 정리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돌아오는 안철수가 말하는 정치공학적 통합이 아닌 ‘국가 혁신을 위한 인식의 대전환’구상과도 근접할 수 있다. 물과 기름까지도 무작정 섞고 보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 아닌 가치중심적 통합만이 ‘대통합’의 기적을 일궈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