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14일 신년기자회견은 형식은 무난했으되 국민에 뚜렷한 희망을 주지는 못한 이벤트였다. 특히 청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해온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력화한 배경에 대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만을 두둔한 앵무새 답변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를 비롯한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듣고 싶어했던 반성과 다짐이 빠진 대목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 회견을 평가하는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확실한 변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서 “담대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의 진전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 검찰개혁, 국민통합 등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폭 넓은 대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차라리 청와대 참모들을 모아두고 주입식 교육을 하든가, 친문 팬클럽행사를 여는 게 나을 뻔 했다”면서 “‘자화자찬’, ‘현실도피’, ‘남 탓 일관’이란 평가를 받았던 대통령 신년사의 복사판”이라고 혹평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반성은 없고, 망상만 있는 대통령의 ‘신념(信念) 기자회견’이 아닐 수 없다. 가관이다”라고 비판했다. 새로운보수당 권성주 대변인은 “이벤트사 청와대가 기획하고 몽상가 대통령이 앵커가 된 대국민 가짜뉴스 주입이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꼭 밝혀야 했던 부분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대표되는 전반기 경제정책과 탈원전 등으로 인한 경제실패에 대한 자성과 대안 제시였다.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측면이 커지고 있다”는 종래의 화법을 반복해 똑같은 레코드판을 틀어놓은 것 같은 답답함을 남겼다. 심지어는 경제난과 관련해 언론 탓, 야당 탓을 하는 대목은 실망스러웠다. 겨우 연례행사로 하는 회견 쇼를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중구난방 물어보는 정도의 소통으로는 선진 민주국가를 입증할 수는 없다. 수시로 기자들 앞에 나서서 허심탄회하게 국정 현황을 밝히는 대통령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