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해녀 10명 진솔한 삶 다룬
첫 구술 생애사 발간
사라져 가는 해녀 문화 보존·전승
영덕군·경북 여성정책개발원

‘영덕 해녀 구술생애사 :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해녀 할 거다’.
‘영덕 해녀 구술생애사 :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해녀 할 거다’.

‘물질하면 밥은 안 굶는다’고 할 정도로 한때 어촌을 받쳐주는 든든한 직업이었던 해녀. 하지만 고령화와 고된 노동으로 대를 이을 세대가 사라져 당장 몇 해 뒤에 동해안 해녀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육지해녀의 일과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조명한 구술생애사가 나와 화제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최미화)과 영덕군(군수 이희진)이 펴낸 ‘영덕 해녀 구술생애사 :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해녀 할 거다’에는 바다와 평생을 함께 해 온 65세 이상 고령의 영덕 해녀들이 들려주는 곡진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부분 10대 때부터 본격적으로 물질을 시작해 경력 최고 65년, 최소 40년 이상인 베테랑 해녀들로서, 영덕읍 대부리 최고령 해녀인 전일순(82)을 비롯해 창포리 김경자(79), 경정2리 김복조(79), 석리 김옥란(73), 대진3리 이석란(70), 축산리 김순남(70), 삼사리 김임선(69), 경정1리 최영순(68), 노물리 김숙자(67), 금곡리 권순이(65) 해녀 10명이 그 주인공이다.

책에는 오래된 경력만큼이나 분투하며 살아온 해녀들의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 있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3일 만에 물질을 나서야 했던 사연, 어릴 적 앓은 눈병으로 한쪽 눈을 실명했지만 남편도 모르게 지금껏 물질한 이야기,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한 중학교가 미련이 남아 “그때 학교를 댕길라고 울 건데”라며 후회하는 모습, 좋은 시절을 보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회한. 옛날에는 ‘금바다’라고 부를 정도로 해산물이 많았으나 바다 환경 변화로 이제는 물질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렵다는 걱정 등 10명의 해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어촌이라는 공간 속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여성들의 작은 역사가 오롯이 기록돼 있다.

책을 통해 개인 생애사와 함께 해녀로서의 일과 생활, 그간의 변화와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퐁당 자무질(새내기 해녀의 어설픈 물질), 하도불(물질 후 옷을 말리기 위해 지피는 화톳불)과 같은 영덕해녀 특유의 말을 찾아 책읽기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미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해녀문화가 경북 동해안 관광의 키 포인트가 돼 새로운 관광문화콘텐츠 개발 및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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