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총선 예비후보로부터 북 콘서트 초청장이 왔다. 현역 국회의원은 의정보고서라는 이름의 총선 출마 홍보물을 보내왔다. 분열된 보수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의원이 정치재개를 선언하면서 향후 정당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함께 공부하던 동기들의 단톡방에서도 정치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시나브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그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선거 승리를 위하여 정당과 후보자들은 포퓰리즘(populism) 공약을 남발함으로써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한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경쟁자에 대한 중상모략과 허위사실 유포도 서슴지 않는다. 연고주의가 만연하는 한국정치에서는 혈연·지연·학연이 총동원되어 ‘내편 네편’으로 나누어 ‘유치한 편싸움’이 벌어진다. 선거가 끝나면 유권자들은 다시 현실정치로부터 소외되어 방관자가 된다. 민주주의 꽃이요 축제라는 선거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치의 계절이 오면 유권자는 눈을 더욱 크게 부릅뜨고 각 정당과 후보자의 행태를 주시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반동화를 초래하여 독재정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정치적 관심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 정당과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 민주주의 가치가 내면화되어 있어야 민주정치를 할 수가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흑백논리나 ‘사회적 패권의 교체’를 주장하는 혁명논리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국민의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정치는 독재자의 혁명전술이다.

국가적 당면과제인 ‘안정과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정당과 인물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의 핵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국가안보를 확고히 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경제혁신을 통해 미래의 번영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권력에 도전하는 사람은 자신의 출세에 목적을 둔 정치꾼(politician)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봉사하려는 정치인(statesman)으로서의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베버(M. Weber)가 지적한 것처럼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의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거 때는 유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지만 권력을 잡으면 목에 힘을 주면서 돌변하는 정치꾼들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링컨(A. Lincoln)의 명언, 즉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 의한 정부”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정부를 선택하는 것이며, 그 선택의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현명하면 ‘훌륭한 정치인’을 선택할 것이요, 국민이 어리석으면 ‘교활한 정치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정치의 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