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철 안의 넓은 자리는 일곱 사람 정도 앉게 되어 있지만 조금 좁히면 여덟 사람도 앉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젊은 부인이 일곱 명이 앉아 있는 자리에 오더니 조금씩 당겨 같이 앉자고 하면서 끼어 앉았습니다. 누가 봐도 홑몸이 아닌 모양새였지요. 먼저 앉아 있던 일곱 사람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순간 스쳤습니다.

잠시 후, 가장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신사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자리를 좁혀 같이 앉자던 임산부 젊은 부인이 황급히 일어났습니다. 이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중년 아주머니가 슬그머니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청년이 벌떡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긴 좌석이 한순간 텅 빈자리가 되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한동안 서로 앉으라느니, 괜찮다느니 하며 가벼운 승강이를 벌였지요. 결국, 그들은 모두 조금씩 자리를 좁혀 가며 앉았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전해 들은 시내버스 목격담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탔는데 짐을 올려놓고 뒤지니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분한테 “기사 양반 미안한데 돈이 없구려…” 계속 미안하다고 했는데 기사는 “돈도 없는데 왜 타요! 내리세요.” 소리를 질렀습니다. 출근길이라 손님들도 많았습니다. 손님 중에는 화를 내며 출발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할머니에게 내리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 한 고등학생이 만원을 꺼내 요금함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걸로 할머니 차비하고, 또 이렇게 돈 없는 분 타면 화내지 말고 남은 돈으로 그분들 차비해 주세요.”

순간 버스 안은 조용해지고 기사는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답니다. 크리스티앙 네스텔 보베는 이렇게 말합니다. “벙어리가 말할 수 있고 귀머거리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 그것은 곧 친절이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