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성

높은 가지에 달린

대추 한 알

함부로 할 수 없는 고귀한 말씀처럼

손에 닿지를 않아

그냥 놔두고 바라만 보았더니

겨우내 검붉게 잘 익었다

오늘 아침엔

그 대추가 보이질 않는다

찾아보니 하얀 눈 위에 떨어져 있다

반쯤 눈 속에 묻혀

반질반질 빛을 내는

대추 한 알

발갛게 익은 가을 대추 한 알이 겨우내 가지 끝에 매달렸다가 하얀 눈 위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본 시인은 검붉게 잘 익어 스스로 빛을 낸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 생을 최선을 다하며 올곧게 살아온 인생은 죽음 이후에도 눈 위에 떨어진 잘 익은 대추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라는, 생을 관조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