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계의 1세대 아나운서
폐렴 등으로 투병… 향년 89세
손지창도 함께 빈소 지킬 것으로

방송계의 전설 아나운서 임택근이 별세했다. 향년 89세.

임택근 유족 측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날 오후 8시께 돌아가셨다”며“지난해 10월 심장 문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11월에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그 때는 바로 시술해서 괜찮았는데 지난달에 다시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까지 의식이 있었고, 가족이 직접 간병해 가족 곁에서 편안하게 가셨다. 하지만 유언을 남길만한 상황은 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임택근은 라디오조차 귀했던 방송 격동기, 목소리 하나로 대중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 1세대 아나운서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라디오, 흑백TV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고인은 서울 종로 출생으로 연희대학교 1학년생이던 1951년 중앙방송국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그는 당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이후 올림픽 중계방송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1964년 MBC로 이직해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69년에는 아침 프로그램인 ‘임택근 모닝쇼’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TV 프로그램 명칭에 MC 이름이 들어간 첫 사례였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1971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MBC로 복귀해 사장 직무대행까지 지냈다.

퇴사 후에는 개인 사업을 시도했으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대한고용보험 상무를 지냈다. 1990년에는 KBS ‘노래는 사랑을 싣고’로 20년 만에 진행자석에 서기도 했으나 주로 기업인으로 활동했다.

2008년에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오랜 기간 휠체어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한국 방송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 아나운서 임택근은 다소 복잡한 가족사로도 종종 언급됐다.

그의 아들인 가수 임재범은 2011년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에서 아버지 임택근과 이복동생인 탤런트 손지창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아버지와 왕래를 하지 않지만 “이제는 찾아뵐 때가 된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임재범은 두 번째 부인, 손지창은 세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혼외자식이다. 세 부자(父子)는 연이 끊어진 채 살다가 가족사가 공개된 후 잠시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강남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4일 오전 8시 예정이며, 장지는 용인 천주교회다.

상주는 임재범이다. 배우 손지창과 그의 부인인 배우 오연수도 함께 빈소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또 고인은 전 주한 미국 대사인 성 김(한국명 김성용)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성김의 아버지이자 전 중앙정보부 요원인 김기완은 임택근의 자형이 된다. 그의 동생 임양근도 1967년 동양방송 아나운서 4기로 1970년대 형과 같이 아나운서로 활동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