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통합’을 추구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고민이 깊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이른바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려던 황 대표는 당내 친박계의 반발에 막혀 주춤거리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조건이 가장 커다란 돌부리다. 황 대표에게 버릴 것과 챙길 것을 분명하게 가려내야 할 결단의 시간이 닥치고 있다.

유승민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새집을 짓자’로 요약된다. 황 대표가 이 조건을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당내 친박계가 황 대표에게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탄핵’을 찬성한 유승민을 비롯한 새로운보수당 정치인들에 대해서 물불의 거부감을 갖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강성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황 대표에게 연락해 “유승민 의원에게 안방을 다 내줬다간 광장에 나온 사람들이 다 짐 싸서 돌아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3원칙을 수용한다는 뜻은 명확하지만 시기나 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당내의 복잡한 분위기를 전했다.

황교안 대표는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와 가진 35분간 비공개 회동에서 “당내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있어 의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 대표는 회동 후 새보수당 의원들에게 “황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공동대표 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더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당 밖에 통추위를 구성한 뒤 ‘보수재건 3원칙’을 공개 천명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접점을 찾진 못했다.

이제 공은 확실하게 황교안에게 넘어가 있다. ‘보수재건 3원칙’은 굳이 유승민의 통합조건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동안 황교안은 두 마리 토끼에 다 미련이 있어서 우물쭈물하는 ‘우유부단’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 틀림없다. 지금은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버릴 줄 아는 용기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심의 소재를 깊이 헤아린 황교안의 용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