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신년사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실정에 대한 ‘자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평소처럼 일부 유리한 통계만을 앞세워 경제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화법은 현실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했다. 특히 통수권자로서, 진영논리에 갇혀 갈가리 찢어진 민심을 쓰다듬을 통합·협치의 의지가 보이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추진할 남북 협력과제로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도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또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천 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 미만으로 줄었다”고 자랑해 비현실적인 경제정책으로 피폐의 늪에 빠진 다수 국민의 심사를 후벼팠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청와대 비서실이 온통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어 있고,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통령 본인까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이 일언반구도 없다는 사실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론 분열의 핵으로 작용하면서 제1야당을 철저하게 패싱하는 변칙정치가 횡행하는 정치환경에 대한 처방도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 또한 참담하다.

문 대통령의 “올 한 해, ‘확실한 변화’로 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공수처법’을 거론하며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주장이 현존하는 권력 모두에 공정하게 적용되는 인식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민을 위하는 겸손한 ‘고백’을 바탕으로 참신한 ‘희망’을 길어 올리지 못한 대통령의 신년사에 유감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