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빚 합계가 사상 처음으로 2천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가계신용(가계대출 및 판매신용 등)과 자영업자 대출을 합한 금액이 석 달 전보다 1.5%(28조8천억 원) 늘어 2011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굳이 통계치를 보지 않더라도 골목골목에 폐업하거나 기진맥진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불을 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오늘날 경제 난국의 원인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허점에서 찾는다. 특히 자영업 생태계가 초토화한 원인으로 과도한 최저임금 상승을 지목한다. 사회안전망 제도가 미비한 한국에서 자영업 창업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구조다. 그런 특성을 무시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추진하는 바람에 자영업이 붕괴하며 중산층도 축소·약화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시거든 떫지나 말랬다고, 정부가 자꾸만 유리한 통계만 들먹거리면서 ‘경제가 괜찮다’고 우기는 대목에선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복지정책 확대가 빈부 격차를 줄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소득 격차가 줄어든 것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고소득층 소득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을 대뜸 알게 된다. 소득분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4대 보험 가입률 증가 등을 들며 ‘노동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도 형편없는 궤변이다. 폭증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고 억지춘향이로 4대 보험에 가입하는 일로 늘어난 가입자 통계를 그렇게 야릇하게 써먹고 있으니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작년 9월 현재 기업대출 부문에 들어가는 자영업자 대출은 438조7천억 원으로 3.0%(12조8천억 원) 증가했다. 가계신용·기업대출 부문의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670조6천억 원으로 2.5%(16조3천억 원)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총액 증가율은 가계신용 증가액(1.0%)을 크게 웃돈다. 지금이라도 면밀한 분석과 함께 기존 대책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 생태계 붕괴를 막을 효과적인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