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탈(脫)검찰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시중에는 ‘검찰개혁’이라는 용어와 ‘민주적 통제’라는 용어의 의미를 놓고 갖가지 논란들이 나돈다. 검찰개혁의 으뜸 과제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검찰’이라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지금 검찰을 적폐로 볼 수는 없지 않으냐는 반론도 있다.
‘민주적 통제’라는 말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검찰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민주적’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이견이 있다. 그 어떤 개혁도 기관 조직 스스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혹여, 정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이 수십 년 전에 겪었던 가혹한 수사기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복적 행태일 수도 있다는 의심도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 합동인사회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언급하면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 하겠다”고 한 말이 주목거리다. 추 장관의 건의 방식으로 윤석열 총장의 수족들을 ‘영전’이라는 포장술을 동원해 정리함으로써 검찰총장을 무력화(無力化)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민심은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작금 이 나라 사법행정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급변이 ‘검찰개혁’이 아니라, 불순한 ‘검찰 장악’으로 매듭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정권 초기 ‘권력의 사냥개’였던 검찰이 지금은 적폐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이 기이하다. 대한민국 검찰이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한 결정적인 시험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