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근대항만 100년… 21세기 한국경제 1번지를 꿈꾸다

포항~러시아 국제크루즈선 ‘네오로만티카호’. 사진=포항시 제공
포항~러시아 국제크루즈선 ‘네오로만티카호’. 사진=포항시 제공

포항은 위치적으로 우리나라의 동남부에 치우쳐 있으며, 동해와 접하고 있는 관계로 경북 동해안의 관문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를 품은 이러한 장점은 포항을 설명함에 있어 항만이라는 두 글자를 빼놓을 수 없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특히, 포항항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의 기록으로 보아 신라 초기 때부터 해상의 주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짐작된다. 1731년 구 포항시청 일대에 공물의 입출납을 관장했던 포항창이 설치되면서 크게 번성해 그 당시 부산과 북한의 원산항을 잇는 동해안에 큰 항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했다. 이후 1919년 전후 현재의 포항지방해양항만청 일대에 접안시설이 축조되면서 어업과 해운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지금의 포항구항이 항만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

 

1731년 포항항에 이어 1971년 신항 완공
2018년 국내 2위 철강산업 전용항만으로 우뚝
대형선박 대비 최대 30만t급 접안시설 등 갖춰
안전하고 경쟁력 살린 국제적 항만으로 UP
영일만항, 지역 미래 신성장동력·국토균형 발전
개장 9년만에 컨테이너 물동량 100만TEU 돌파
화물 등 다변화… 환동해 물류중심항만으로 성장
포항시, 중·일·러 항로 개설 국제크루즈선 유치
국제여객부두·추가 항만배후단지 건설 추진 등
물류에서 관광 항만으로 확대 경제 활성화 도모

1994년 동빈부두에 정박한 선박들. 사진=포항시 제공
1994년 동빈부두에 정박한 선박들. 사진=포항시 제공

포항항이 실질적으로 무역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포항제철소 공장 조성과 더불어 1970년도에 포항신항 부두를 준공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후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제 무역항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어 포항항은 지속적인 항만시설 확충으로 1975년도에 연간 하역능력이 35만t에서 현재 9천100만t으로 늘었으며 접안시설도 선박 55척이 동시 접안 가능한 국제무역항으로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해왔다. 이 중에서도 신항은 1971년도에 첫 부두가 완공된 이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포스코와 철강공단을 지원하는 철강산업의 중추항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6천600만t의 화물을 처리하는 전국 5위 항만이다. 특히 4천600만t의 철강 물동량을 처리해 국내 2위 철강산업 전용항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신항은 항만시설의 노후화와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또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신항은 최대 30만t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증개축해 접안능력을 높였다.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안전한 입출항과 신속한 화물수송을 위해 항로 주변해역을 최대 20m까지 준설해 수심을 확보했다. 더구나 2020년까지 기상 악화 시 스웰로 인한 하역작업 지장 방지를 위한 도제 설치, 항내 입출항에 지장이 되는 파제제 일부 제거(100m) 등을 추진해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전천후 항만으로 변신한다.

□ 포항항의 생성과 해운업

포항시사에 따르면 1900년대에 포항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어업은 포항항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더구나 1919년에 항만이 축조되면서 본격 항(港)의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 그 후 한·일 합방으로 일본과의 교통이 빈번해지면서 1923년 4월 1일 지정항(指定港)이 됐다. 해방 후의 포항항 관리는 미군정이 맡았다. 미군정청 교통국 포항 부두국이 1945년 11월 1일 정식으로 개청했다. 1946년부터 행정기구가 보완되면서 일정 말기의 질식 상태에서 해운업체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포항 부두국은 포항항에 출입항하는 선박, 어선의 관리, 행운항만운영에 관한 모든 사무를 전담하는 행정관서로 동해지역 해상업무를 관장했다. 그 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항만의 피해와 더불어 군사전략상의 요충지로서 군사항으로도 이용됐다. 전화의 복구와 더불어 1955년 12월 12일에는 해무청이 포항지방 해무청으로 개편됐다. 직제의 개편으로 종전의 사무에서 항만건설, 조선, 수산에 관한 광범위한 업무를 맡게 돼 포항항의 새로운 건설과 더불어 동해지역의 관문으로 포항항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화에 의한 복구와 포항항의 개발에 의한 항만시설의 확충은 포항항을 지정항으로 유도했다. 1963년 6월 12일에 기대했던 개항장으로 지정·공포돼 국제적인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개항 후 외국선박은 물론 잉여농산물을 운반하는 대형선박이 입항해 경북 일원의 식량공급 보급지 역할을 했으며 선박의 입출항이 나날이 증가했다. 포항항은 원래 어선, 연안여객선, 연안지역선, 관공선 등이 이용하는 항이었다. 1968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가 설립되고 1970년 주공장이 착공됨에 따라 제철소를 지원하기 위해서 항만시설이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적인 면에서 국제항으로 도약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1968년에는 포항제철소 지원항만에 대한 1차 계획안이 확정돼 건설이 시작됐고, 1969년 4월 17일 새로 건설한 신항을 개항장으로 지정 포함함으로써, 과거의 항을 구항으로 칭하게 됐다.

 

1995년 포항항에서 북한쌀을 수송하는 모습. 사진=포항시 제공
1995년 포항항에서 북한쌀을 수송하는 모습. 사진=포항시 제공

□ 영일만항, 새로운 도약

지경학적(地經學的) 위치상 포항항은 국제화물 운송체의 기능과 역할이 증대되고 있었고, 환동해권의 중심 상항(商港)으로서 포항항을 이용하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종합화물유통기지의 포항 건설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대북방 교역에 대비한 환동해권의 국제물류 거점항만으로 개발하고, 배후산업단지 지원 및 체계적인 항만배후단지 개발로 고부가가치 물류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일만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영일만항은 현재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총 2조8천463억원(2018년까지 1조4천408억여원, 2019년 210억여원, 장래 1조3천844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 중에서 정부가 투입한 2조3천799억원은 방파제 7.37㎞, 일반부두 420m, 투기장호안 1.14㎞, 배후도로 9.68㎞, 역무선부두 250m, 대체어항시설 1식, 국제여객부두 310m, 연안여객부두 240m, 해경부두 600m 등을 건설하는데 쓰였다. 민자 4천664억원은 컨테이너부두 4선석 등 10선석을 마련하는데 투입됐다.

포항시 역시 환동해 물류증심항만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일만항을 앞세워 21세기 대한민국 경제 1번지를 꿈꾸고 있다. 영일만항은 21세기 환동해 물류허브 역할과 동북아 및 북방교역의 전진기지 역할을 위해 건설된 항만으로 포항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이자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기간시설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합하듯 영일만항은 지난 1992년 첫 삽을 뜬 후 2009년 9월, 3만t급 컨테이너 4선석 규모로 개장한 후 9년 만에 컨테이너 물동량이 100만TEU를 넘어서며 환동해 물류중심항만으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포항시는 그동안 영일만항의 물동량 증대를 위한 항만 배후부지 내에 대형 물류센터와 냉동·냉장화물 물류창고를 유치하고, 동남아 항로 등 신규항로를 개설하는 등 물동량 확보에 적극 나선 덕분에 지난 2009년 개장 첫해 5천TEU를 시작으로 2012년 30만TEU, 2014년 50만TEU를 기록한데 이어 2019년 100만TEU 달성에 이르렀다. 현재 영일만항은 5개 선사에서 7개 항로를 운항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7개국 30개 포트를 기항하면서 철강재와 철강부원료, 자동차, 우드팰릿, 농산물 등 컨테이너 주요 화물도 다변화되고 있다. 포항시는 신북방정책에 앞서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동북아 CEO포럼’을 통해서 영일만항을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육성해 나가고,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인프라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등 환동해권의 도시들과 물류·해양관광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즉 동해안 유일의 국제무역항인 영일만항을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환동해 국가들을 연결하고 북극해 자원개발의 전초기지 및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인프라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환동해 경제허브 영일만항 전경. 사진=포항시 제공
환동해 경제허브 영일만항 전경. 사진=포항시 제공

또한 지금까지 화물 물류기능만 수행했던 영일만항을 관광기능이 더해진 국제항만으로 확장하기 위해 7만5천t급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는 국제여객부두 건설도 추진 중이다.

포항시는 여객부두 준공에 맞춰 중국·일본·러시아를 연결하는 항로를 개설해 국제 크루즈 선을 유치하는 한편, 포항∼울릉∼독도와 포항∼부산∼속초를 잇는 연안 크루즈 항로 개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했던 이강덕 시장은 먼저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크루즈 개설을 시작으로 일본 서안을 연결하는 ‘환동해권 크루즈 삼각벨트’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포항시와 경상북도, 블라디보스토크 시, 연해주가 참여하는 ‘크루즈 항로개설 TF팀’의 운영과 경북관광공사·연해주 정부 관광국 간의 업무협약체결을 통한 지방정부와 민간중심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향후 포항공항과 블라디보스토크공항, 중국 등을 항공과 철도로 연결하고 이를 크루즈와 연계하는 ‘동북아권 셔틀 크루즈’ 항로 개설을 통해 극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정기페리 항로의 개설을 시작으로 북한 고성항을 연결한 ‘통일페리’ 추진과 포항국제물류센터와 냉동·냉장창고를 기반으로 러시아 농수산물의 신선유통을 비롯해 이를 통한 일본과 동남아를 연계한 3자 무역의 가능성도 제안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국제물류센터 냉동창고를 기반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을 연결하는 콜드체인 클러스터를 조성해 영일만항이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국제여객부두와 추가 항만배후단지 건설과 같은 기반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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