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지나면서 국가적 중대사들이 변곡점을 형성하고 있다. 극심한 논란을 빚은 선거법과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강행 통과됐다. 나라를 분열시킨 ‘조국 사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불구속 기소과정을 거치고 있고, 이른바 ‘하명 수사’ 의혹의 키맨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어느새 불법에 연루된 권력자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인식의 오류가 만연하는 야릇한 분열증이 일상화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청와대와 여권은 또다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정무적 결정에 따라 통상 업무를 수행했음을 여러 번 밝혔다”며 의기양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도 “검찰권의 남용과 무리한 수사를 감안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조 전 장관을 불구속으로 기소하자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칠언절구를 썼다. ‘태산이 울고 흔들렸는데 쥐새끼 한 마리 나왔다’는 비아냥이다.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고 검찰을 겨냥하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은 ‘무죄 판결’을 받은 게 아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결정문 전문에는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분명히 적혀 있고, 판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발표문에는 ‘죄질이 좋지 않다’는 대목마저 있다. 불구속 기소이기는 해도 무려 11개의 혐의가 적시돼 있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신이 나서 검찰을 물어뜯으며 희희낙락하는 것인가. 청와대가 이러고서야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법치’를 말할 것인가. 국민을 또다시 패 갈라 싸우게나 만들 따름인 이 같은 후안무치는 근절돼야 한다. 청와대의 어이없는 반응에 ‘미쳤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일갈이 눈에 띈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치가 나라를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