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생산 및 리사이클링 기술, 설비를 갖춘 혁신기업인 에코프로GEM(사진 우측)과 주변 영일만산단의 모습. 멀리 영일만항이 보인다. /경북매일DB
2차전지 생산 및 리사이클링 기술, 설비를 갖춘 혁신기업인 에코프로GEM(사진 우측)과 주변 영일만산단의 모습. 멀리 영일만항이 보인다. /경북매일DB

‘새 먹거리를 찾아라.’산업혁명이 거듭되는데서 알수 있듯 시대를 주도하는 먹거리도 변하기 마련이다. 대구·경북도 그동안 지역을 먹여 살려온 전통의 철강과 전자산업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친 상태다. 성장동력을 끌어내는 지난한 작업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3차례로 나눠 점검해 본다. 철강도시 포항을 거점으로 추진하는 배터리 산업편이다.

글 싣는 순서

1. 배터리 산업
2. 스마트 산단
3. 바이오 산업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
재정·세제지원·부담금 감면 등 혜택
특구 지정 이후 블루밸리산단도 활기
지역 산·학·연·관 배터리 산업 협력
방사광가속기 등 R&D 인프라 풍성
전문 인력 양성·일자리 창출도 기대

포항은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에서 변신을 꾀해야 한다는 오랜 숙제를 안고 있다. ‘2018 경북도 및 포항시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포항시민들도 포항이 첨단산업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산업에 목말라 있던 포항은 올해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기회를 잡았다.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는 분야다. 특히, 포항은 R&D(연구·개발)기관인 포항가속기연구소, 포스텍이차전지연구소가 있어 배터리 리사이클 산업을 선도하기에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

포항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계획으로 전국 10개의 1차 협의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7월 24일 최종 확정됐다. 포항 영일만1산단과 블루밸리산단 두 지역(약 17만평)은 오는 2023년까지 7개의 실증특례, 1개의 메뉴판식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6개 특구사업자는 재정 및 각종 세제지원, 부담금 감면, 연구개발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규제자유특구란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 특례와 지자체·정부 투자계획을 담은 특구계획에 따라 지정된 구역을 말한다.

포항시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대한민국 최고의 배터리산업 선도도시로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은 이차전지 핵심기업인 에코프로와 음극재 공장건립을 추진 중인 포스코케미칼 등의 관련 기업이 모여 있고, 우수한 전문연구인력을 가진 포스텍과 배터리 소재 R&D 기관인 방사광가속기연구소, RIST 이차전지소재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최고의 차세대 배터리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면서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은 폐(廢)배터리를 분해한 다음 순수 자원(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으로 다시 쓰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우수한 미래산업이다”라고 설명했다.

포항시는 앞으로 혁신 인프라와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배터리 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앞으로 조성될 ‘가속기 기반 차세대 배터리파크’와 연계해 기업의 신규투자 및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지원함으로써 포항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도 정립할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이 2019년 7월 1일 오전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협약식에 참석한 이강덕 포항시장,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김수연 에코프로GEM 대표이사, 김도연 포스텍 총장을 비롯한 산·학·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매일DB
차세대 배터리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이 2019년 7월 1일 오전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협약식에 참석한 이강덕 포항시장,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김수연 에코프로GEM 대표이사, 김도연 포스텍 총장을 비롯한 산·학·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매일DB

△배터리 관련 기업 포항 러시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산단은 포항지역 주력 산업인 철강산업 불황으로 공장용지를 분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3년 동안 분양률이 1%대에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17일 포항시는 국내 유일의 전기버스 배터리팩 생산기업인 (주)피엠그로우, 이차전지 음극재용 음극활물질 생산기업인 (주)뉴테크엘아이비와 2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피엠그로우는 오는 2021년까지 70억원을 투자해 블루밸리임대전용 산업단지 내 9천900㎡의 부지에 전기차 배터리팩 생산 공장 및 리유즈&리사이클 R&D센터를 건립하는 데 합의했다. 뉴테크엘아이비도 오는 2021년까지 약 130억원을 투자해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4천188㎡ 부지에 이차전지 음극재용 음극활물질 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피엠그로우가 신설하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팩 생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03.GW(버스 1천200대 규모 배터리)급 전기차 배터리팩 제조가 가능해져 전기차 생산벨트 구축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피엠그로우는 이차전지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배터리팩을 주력제품으로 개발·상용화에 성공해 국내는 물론 중국의 대규모 전기버스 제조회사에 수출하는 한편, 전력관리 통합솔루션인 EMS(에너지관리시스템)·PMS(전력관리시스템)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한 유망기업이다. 뉴테크엘아이비는 흑연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인 실리콘을 활용해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증가시키고, 소형화할 수 있는 이차전지 음극재용 음극활물질을 연구·개발(R&D)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보다 앞서 경북도와 포항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체재를 갖춘 포스코케미칼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초 착공을 목표로 오는 2021년까지 2천500억원을 투자,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7만8천㎡(2만3천평)의 부지에 음극재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포스코케미칼은 기존의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과 함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설비 구축을 통해 국내외 주요 전지회사에 공급하고, 인조흑연계 음극재를 국산화함으로써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이차전지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 그룹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화학 및 탄소소재 전문기업인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4월 이차전지 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양극재 회사인 포스코ESM을 합병, 포스코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하고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의 통합을 통한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해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8회 세계재생에너지총회(KIREC Seoul 2019)에서 방문객들이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8회 세계재생에너지총회(KIREC Seoul 2019)에서 방문객들이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산·학·연·관 배터리 산업으로 하나 되다

산업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눈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배터리산업은 산업의 심장으로 비유될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서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드론·첨단로봇·사물인터넷(IoT) 등 주요 기기들이 배터리가 기본적인 전제로 충분한 역할을 해줘야 가능한 만큼, 모든 사물이 배터리와 연결되는 BoT(Battery of Things·사물배터리) 시대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포항시를 비롯해 에코프로GEM, 포스코케미칼, 포항공대, 한동대, 포항대, 제철공업고등학교, 흥해공업고등학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경북테크노파크. 포항테크노파크, 나노융합기술원,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포항지역 산·학·연·관 13개 기관은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전부터 ‘차세대 배터리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갖는 등 배터리 혁신산업을 선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협약을 통해 배터리 관련 핵심기업 유치 및 신규 일자리 기반 구축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협력하기로 다짐하고 힘을 합쳐왔다.

포항지역은 방사광가속기와 포항테크노파크(포항TP) 포항산업기술연구원(RIST) 등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상당하다.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 등 세계적 배터리 기업이 영일만산단에 각각 공장을 설립하는 등 인프라 투자에 나선 상태다. 더욱이 포스코그룹이 차세대 이차전지를 개발, 글로벌 시장 선도를 목표로 배터리 소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차전기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포스코 이차전지 연구센터는 전기차 주행거리 증대를 위한 고용량의 양극·음극재 제품 개발과 배터리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지소재 신공정 기술 개발, 차세대 전지를 위한 핵심소재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한다.

포항시는 △이차전지에 대한 연구개발 △이차전지 소재 부품 생산 △배터리 완성품 생산 △전기차 생산 플랫폼 등 배터리 혁신산업의 전 주기적 체계를 형성하고자 국내 배터리 3대 제조사인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관련 앵커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가속기의 분석 능력을 기반으로 미래형 차세대 배터리 첨단소재 개발, 기존 배터리 성능 및 안정성 혁신 등을 통한 미래 핵심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대학 및 고등학교, 연구소, 기업, 행정의 공동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내 배터리 혁신 산업인력을 양성, 배터리 산업생태계 조성에 활력을 더하고 포항형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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