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안 처리문제로 지지고 볶아온 여야 정치권이 마지막 격돌을 앞두고 있다. ‘4+1 협의체’는 막판에 ‘지역구 유지’라는 꾐수를 동원해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이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치른 공수처법안의 강행처리 수순이다. 독소 조항들을 슬쩍 끼워 넣은 공수처법은 아무리 보아도 ‘검찰 개혁’과는 거리가 먼데, 단지 ‘대통령의 뜻’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연동제 받아주고, 공수처법 밀어주는 공공연한 바꿔먹기 거래로 뭉친 ‘4+1 협의체’라는 전무후무한 정치권의 짬짜미가 마지막 활극을 모색하고 있다. 누더기 선거법 강행처리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만능 칼’ 공수처법은 보통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니다. 더욱이 막판 어수선한 틈을 타고 스리슬쩍 끼워 넣은 야릇한 조항들은 기가 막힌다. 도대체 이런 야바위놀음이 어디에 있나.

주승용 국회부의장에 이어 ‘4+1’ 협의체에 포함된 바른미래당 당권파 소속 박주선·김동철 의원이 공수처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0일로 예정된 공수처 법안 본회의 표결에서 판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 공천권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반대 의사를 품었어도 대열이탈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여당은 공수처장 선임의 독립성이 확보됐다고 우기는 건 거짓말이다. 결과적으로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1명으로 후보가 올라가게 돼 있다.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할 것인지는 불문가지 아닌가.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수두룩 수사 검사로 들어갈 수 있게 해놓은 것도 모자라서, 검찰이 공직자 수사 정보를 초기부터 무조건 공수처에 보고하도록 끼워 넣은 대목은 더 문제다. 대검찰청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변종 검찰’로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음모가 역력한데, 여당 정치인들이 이런 ‘돌연변이 공수처’를 ‘검찰 개혁’이라고 욱대기는 모습은 참으로 역겹다. 검찰 개혁은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고 정치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무소불위의 새로운 검찰을 또 만드는 게 어찌 답이 될 수 있다고 우기는가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