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댓 달 동안의 ‘경북 맛집 투어’는 즐거웠다. 12월을 마지막으로 ‘경북 맛집 투어’를 마무리한다. 하루 4~5끼를 먹으며, 부푼 배를 부둥켜안고 다닌 적도 있지만, 역시 숨어 있는 맛집들을 만나는 재미는 쏠쏠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자신의 음식을 빚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성현의 고장’ 경산, 장터의 푸근한 맛

장터국밥 전문점들이 좋다. ‘온천골가마솥국밥’과 ‘옛진못식육식당’이 노포다. ‘온천골가마솥국밥’은 대파를, ‘옛진못식육식당’은 무와 콩나물이 눈에 띈다. 두 곳 모두 육개장보다는 맑은 시원한 장터 국밥, 해장국이다.

 

‘다정한정식’은 밥상 차림이 단출하면서 깔끔하다. 가격과 음식이 대중적인 기호에 맞으면서도 수준급의 음식을 내놓는다. 생선과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밥상 차림새가 아주 좋다. 잘 정리된, 푸근한 집밥 느낌.

 

‘중남식당’은 한식 노포다. 경산 하양에 있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포. 음식이 싱거운 편이다. 반찬 가짓수가 많지만 모두 먹을 만하다.

 

‘천년의 고장’ 경주, 소문난 잔칫집 맛

이름난 음식점은 많으나 막상 ‘밥 한끼 먹을 만한 집’은 드물다. ‘숙영식당’은 오랫동안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밥’을 먹는 곳이다. 보리밥 비빔밥이 아주 좋다. 반찬들도 정갈하고 가정집을 개조한 내부 분위기도 푸근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멋도 지닌 음식이다. 노포의 내공이 엿보인다. 추천한다.

‘청산숯불갈비’는 고기를 내놓는 접시마다 ‘이력 꼬리’를 붙였다. 가격은 싸지만 고기 질이나 숯불, 반찬 등이 수준급이다. 점심시간에는 6천 원짜리 한우 국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빼곡하다. 숙성육은 부정한다. 주인이 직접 고른 신선한 고기를 내놓는다. 가게 내에서 직접 육가공 공정을 진행한다. 2019년 12월, 현재 소금구이가 500g에 4만2천 원. 아주 좋다. 추천.

 

‘맷돌순두부’는, ‘이름난 잔치에 먹을 것 있는’ 케이스. 맷돌순두부를 권한다. 콩의 좋은 비린내와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밑반찬도 정성스럽다.

‘화림정’은 푸짐한 밥상이다. 손 큰 주인이 음식을 듬뿍 내놓는다. 직접 만든 촌두부와 김치가 압권이다. 회식 장소로도 좋다.

 

‘힐링의 고장’ 청도, 정갈하고 착한 맛

‘여정식당’은 옻닭 전문점이다. 청도시장 안에 있다. 허름한 시장통 식당이지만 업력이 50년을 넘긴다. 창업주 할머니와 아들 내외가 운영한다. 여러 가지 한약재를 섞어서 옻닭을 내놓는다.

‘오경통닭’은, 이름은 ‘통닭’이나, 닭볶음탕 전문점이다. 정확하게는 ‘닭조림’이다. 조림에 채소와 당면이 없는 것이 특징. 반찬도 단출하다. 가게 간판에 ‘옹치기’라고 써붙였다. ‘오경통닭’만의 닭볶음, 조림의 이름이다.

 

‘소나무집’은 ‘착한식당’으로 널리 알려졌다. 자가 제조 두부가 특징. 조미료 없이 차린 밥상이 정갈하고 맛있다. 나이든 노부부가 운영한다. ‘음식+힐링’이 가능한 곳.

청도 추어탕은 미꾸라지에 메기 등을 섞는다. 청도식 추어탕의 특징이다. 읍내의 ‘황토추어탕’이 노포, 각북면의 ‘대원식당’과 ‘덕산추어탕’이 권할 만하다. ‘대원식당’은 실내 분위기와 음식이 상당히 정갈하다. ‘덕산추어탕’은 바로 지져내는 부추전이 아주 좋다.

 

‘사통오달의 고장’ 영천, 수수하지만 품위있는 맛

‘밀방앗간옆빵집’은 재미있다. 주인이 직접 ‘밀’을 재배한다. ‘방앗간’에서 직접 제분, ‘빵집’에서 빵을 만든다.

‘밀방앗간옆빵집’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일주일에 두 번, 수, 토요일 빵집 문을 연다. 일찍 매진되는 일도 잦다. 전화, 예약하기를 권한다. 수수하지만 품위 있는 ‘시골’ 빵이다. 수준급.

 

‘시골추어탕’은 시내 입구의 작은 추어탕 집. 조미료 사용을 절제하고 깔끔한 추어탕을 내놓는다. 우거지, 시래기 사용이 아주 좋다. 반드시 확인 전화 필요.

 

‘심산이수의 고장’ 김천, 외지인이 반한 감칠맛

김천은 두 곳의 오래된 중식당과 지례의 돼지 불고기가 유명했다. 중식당 ‘장성반점’은 문을 닫았다. ‘주인의 건강’ 때문이라는 소문만 확인 가능. ‘중국만두’는 여전하다. 테이블 서너 개의 작은 가게. 전국구 만두 맛집으로 이름을 얻었다.
 

‘만두’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포자(包子, 빠오츠)’다. 좁은 주방에서 남편은 연신 만두피를 밀고, 아내는 속을 넣고, 찜통에 찐다. 지례의 돼지 불고기는 단맛으로 통일. 외부 관광객이 선호하는 맛이다. 황금시장의 ‘지례순대’는 놀라움이었다. 북한(함경도)식 속이 꽉 찬 대창, 막창 순대와 남도의 피순대까지, 제대로 된 순대를 선보이고 있다. 머리 고기 등 수육도 수준급이다.

 

‘선비의 고장’ 영양, 골 깊은 청정의 맛

영양에서는 3곳을 권한다. ‘장원가든’ ‘선바위가든’ ‘칠보식당’이다.

‘장원가든’과 ‘선바위가든’은 산채 전문점이다.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내놓는다. 겨울에는 봄, 여름 비축한 냉동 산나물을 사용한다. 두 집 모두 추천한다.

 

‘칠보식당’은 허름한 건물의 닭고기구이 전문점이다. 닭고기와 닭발, 모래주머니 등으로 구이를 내놓는다. 물엿 사용을 절제하고, 생닭을 준비해서 일일이 살을 발라 사용한다. 가게 뒤편에서 연탄불에 직접 굽는다. 불맛이 은은하다. 수준급의 닭고기구이 전문점.

 

‘마늘의 고장’ 의성, 마늘 품은 알싸한 맛

‘남선옥’은 의성에서 널리 알려진 불고깃집이다. 얇게 썬 양념 불고기를 불판에서 재빠르게 익혀 먹는다.

의성에는 마늘을 많이 사용한 치킨집이 두 곳 있다. 읍내의 ‘의성마늘치킨’과 단촌면 장터 앞의 ‘주영자마늘닭(구 삼미치킨)’이다. 두 곳 모두 주문한 후,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의성진식당’은 평범한 ‘밥집’이다. 골부리국(다슬기국)과 찌개가 가능하다. 반찬도 좋다. 의성에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삼백의 고장’ 상주, 명불허전 전국구맛

상주시장 앞의 ‘남천식당’. 전국구 시래기국밥 집이다. 2천500원짜리 시래기국밥을 두고 호들갑을 떤다? 명불허전. 가히 전국구 수준이다. 대를 이어서 시래깃국 한 종류를 내놓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2대가 더불어 운영한다. 테이블도 없이 긴 식탁, 의자가 있다. 시래기국밥, 곱빼기가 있다. 가격이 낮다고 음식을 낮추어볼 일이 아니다. 각종 장류가 아주 좋다. 인근 농산물을 손질하여 정성으로 끓여낸다.

‘꽃들추어탕’도 재미있는 집이다. 동화 같은 분위기에 음식이 정갈하다. 역시 가족경영. 국산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다. 부부가 쉬는 날, 인근에서 직접 미꾸라지를 잡는다. 일정량을 냉동보관, 겨울철에 낸다. 조미료 등은 절제한다. 함창 버스터미널 앞 골목 안에 ‘할매손두부’가 있다. 나이든 부부가 운영한다. 두부는 당연히 자가 제조.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두부를 직접 빚는다. 산초두부구이를 추천한다. 반찬도 정갈하고 좋다.

 

‘유네스코의 고장’ 청송, 업력 깊은 내공의 맛

청송읍내 ‘고향식당’은 겉으로는 중식당 분위기가 아니다. ‘고향식당’의 음식 내공은 깊다. 주인 겸 주방장의 수타면 업력이 60년에 가깝다. 읍내 단골 위주로 영업한다. 외지 손님은 꺼린다. 매번 적절한 숫자로만 수타면을 내놓는다. 면이나 소스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짬뽕도 불맛이 은은하다. 탕수육도 좋지만, 점심시간에는 내놓지 않는다. 한가한 시간에는 가능.

 

‘청솔식당’은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 있다. 유원지 식당의 범위를 넘어선다. 직접 채취한 산채 등으로 음식을 만든다. 가게 앞에서 번철로 지져내는 어수리 등 산나물 전이 좋다. ‘킴스마운틴커피’는 평범한 ‘시골 커피숍’이 아니다. 수준은 도회지 카페를 넘어선다. 주인의 커피에 대한 열정도 놀랍다.

 

‘호국의 고장’ 칠곡, 서투르지 않은 곰삭은 맛

특이하게도 장어 전문점이 두 곳 있다. 외곽지의 ‘삼거리장어식당’과 시내의 ‘청록’이다. ‘삼거리장어식당’에서는 장어탕을 반드시 맛봐야 한다. 맑은 국물이다. 장어 비린내가 전혀 없고, 마치 곡물을 끓인 듯한 맛이다. 특이하다. ‘청록’은 밑반찬이 어느 것 하나 서투르지 않다. 자가 제조 장류를 사용한다.

 

‘한미식당’과 ‘아메리칸레스토랑’은 왜관 미군 부대 주변의 경양식 집이다. ‘한미식당’의 ‘코덴블루’와 ‘아메리칸레스토랑’의 함박스테이크를 추천한다.

‘소미할매칼국수’의 안동국시 스타일의 국수, 칠곡시장 안 ‘진땡이국밥’의 순대, 국밥도 수준급이다. ‘지란방’은 화상이 운영하는 만두 노포다. ‘진교스’를 권한다. ‘찐 교자 스타일의 만두’다. <끝>   /음식평론가 황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