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가족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40대 동갑내기 부부와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 등이 숨진 빌라 집 앞에는 각종 독촉장이 수복이 쌓여 있었다고 하니 그들이 겪어야 했던 경제적 고통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용기는 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역대급 예산이 세워졌다. 특히 복지 분야는 내년 예산기준으로 전체의 36%인 180조원에 달한다. 그 중 현금복지만 50조원을 넘는다. 그럼에도 올 들어 생활고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 정책의 잘잘못을 떠나 복지 전달 체제에 구멍이 난 것으로 봐야 한다. 예산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다. 복지 예산은 지출되나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일들이 빈발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북한에서 탈북한 모자가 아사한 사건이 이를 잘 대변한다.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모자의 집 냉장고에는 물이나 음료수는 하나도 없고 고춧가루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한다.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 충격적 사건이었다. 지난 11월 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서도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생활고가 원인이라 했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생명존중시민회의’가 경찰청 통계연보에서 원인별 자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생활 문제로 자살한 사람이 전년보다 9%(279명)나 늘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의 대폭적 손질도 필요하나 우선은 불완전한 사회안전망 점검이 급하다. 정부나 지자체는 우리 주변에 방치된 복지사각지대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 우리 사회도 이웃에 대한 관심을 높여 비극적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IMF 외환위기 때의 경험으로 보아 경제가 나빠지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는다는 사실에 주목,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