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20ℓ 700→800원 인상
타 시군보다 2~4배나 비싼 실정
마트 재고 없고 구매수량 제한
주부들 “쓰레기 어디 버리나”

“도대체 어느 슈퍼에 가야 종량제봉투를 한 묶음 살 수 있나요?”

30대 주부 김명희(가명·포항시 남구 문덕)씨는 지난 15일 평소 자주 가던 동네 마트에서 20ℓ 규격 종량제봉투를 사려다 낭패를 봤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 3곳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두 곳엔 재고가 없었고, 남은 한 곳에선 10ℓ짜리만 팔았다. 그마저도 1인당 5장만 살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급한 대로 5장 사오긴 했지만, 종량제봉투 구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포항시내에서 종량제봉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새해 봉투값 인상을 앞두고 지역 동네 마트를 중심으로 수급이 원활치 않아 재고 부족에 따른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나마 재고가 남아 있는 곳에서도 1인당 낱장 구매 수량을 최대 5장 등으로 제한하면서 종량제봉투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포항시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에 따라 종량제봉투 및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 수수료가 ℓ당 5원씩 인상된다. 현재 700원짜리 종량제봉투 20ℓ 규격은 내년부터 800원에 판매되며, 음식물폐기물 20ℓ 처리 수수료도 1천원에서 1천100원으로 오른다. 종량제봉투 인상 소식에 이달 중순부터 “동네 마트에 쓰레기봉투가 없다”는 불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포항시 남구 문덕의 한 마트 계산대 아래 종량제봉투 칸은 텅텅 비어 있었다. 5·20·30ℓ 규격 봉투는 모두 동났고, 10·100ℓ짜리는 낱장으로 10여장 남아 있었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1인당 판매 장수를 미리 제한했으면 불편을 덜 수도 있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마트·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보다 소규모 마트에 물량이 부족해 집 근처 동네 마트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시민 이모(72) 씨는 “아침부터 동네 슈퍼를 다 돌아다녔지만 20ℓ 종량제 봉투 한 장도 구할 수 없었다”며 “가격 인상 예고와 함께 1인당 구매 제한과 같은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봉투값이 오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구할 수는 있어야 하는데 가는 곳마다 없다고 하면 쓰레기를 어디다 버리느냐”고 되물었다. 일부에서는 종량제봉투를 물물교환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포항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봉투값이 비싸고 가격 인상 주기가 잦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지역 내 21개 시·도의 종량제봉투 가격은 20ℓ 규격 기준 평균 328원이다. 포항시가 700원으로 가장 비쌌고, 구미 410원, 울진 400원 순이다. 반면, 영양군은 200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칠곡·봉화·청송·영덕이 각각 250원, 문경이 270원 순으로 가격이 낮았다.

포항시는 지난 2016년 봉투값 인상에 이어 지난 3월에 가격을 한 번 더 올렸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음 달 또 한 번 가격이 오른다. 2020년 1월 1일부터 20ℓ짜리 종량제봉투값이 800원으로 오르면 영양군과 4배가량 가격이 차이 나는 셈이다. 급하게 오르는 봉투값에 시민들 삶은 더 팍팍해졌다는 한탄이 나온다.

종량제봉투 가격 차이는 지자체별로 재정 상황이나 쓰레기 처리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포항시는 이번 봉투값 인상에 대해 쓰레기 발생량 감소와 재활용품 분리배출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호동쓰레기매립장 매립률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SRF) 등 여러 공정 과정을 거치면 처리 비용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처리 수수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종량제봉투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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