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은 중식일까? 한식일까?

짬뽕은 맵지않은 중국남부지역 음식 초마면으로 부터 시작해 진화한다.  초마면 →돼지고기 짬뽕, 중국 초마면이 한국 짬뽕으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의 음식→ 야끼우동에 국물을 더하면 짬뽕이 된다→ 짬뽕.(왼쪽부터)
짬뽕은 맵지않은 중국남부지역 음식 초마면으로 부터 시작해 진화한다. 초마면 →돼지고기 짬뽕, 중국 초마면이 한국 짬뽕으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의 음식→ 야끼우동에 국물을 더하면 짬뽕이 된다→ 짬뽕.(왼쪽부터)

짬뽕? 중식당에서 내놓는다. 도시 대형 중식당이든 시골 자그마한 화상노포(華商老鋪)든 짬뽕은, 당연히, 중식당이다.

짬뽕은 중식(中食)인가? 아니다. 한식(韓食)이다. 뭐라고? ‘중국집 짬뽕’이 한식이라고?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 라고 항변하는 이들이 많겠다.

한 발짝 더 나간다. 짬뽕의 발전, 진화는 한식의 특질이다. 짬뽕의 출발은 중국 남부지역이다. 중국어 사전에도 짬뽕은 등장한다. 이름은 ‘초마면(炒碼麵)’이다.

중국어 사이트 ‘大紀元(www.epochtimes.com)’에서는 ‘초마(炒碼)’를 ‘湖南小吃, 炒碼麵, 韓國(호남소흘, 초마면, 한국)’이라고 설명한다. ‘초마는 (중국)호남지방의 향토음식이자 간식, 초마면, 한국’이라는 뜻이다. 초마면의 시작은 초마로, 중국 호남지방이나 현재는 한국 음식이다. ’小吃[소흘]’은 소박한 지방 음식, 스낵 정도의 의미다.

초마면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초마면은 볶음면[炒麪, 초면]과는 다르다. 초마면은 매운 볶음의 해산물 탕면(湯麵)이다”. ‘초(炒)’는 ‘볶는다’이다. ‘초면(炒麪, 챠오미엔)’은 단순 볶음면이다. 초마면(炒碼麪)의 ‘마(碼)’는 식재료다.

초면과 초마면은 세 가지가 다르다. 하나는 ‘맵다’는 점이다. 초면은 특별히 맵지 않다. 후추, 산초, 소량의 고추를 사용한다. 두 번째는 해산물이다. 초면은 채소 위주의 볶음면이다. 초마면은 해산물[海鮮, 해선], 돼지고기 위주다. 초마면, 한국식 짬뽕은 여러 종류의 해산물,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굴짬뽕, 홍합짬뽕, 돼지고기 등을 쓴다. 세 번째는 국물이다. 초면은 볶음이다. 초마면은 국물이 있다. 다르다.

웹 사이트의 설명은 이어진다. “한국의 화교들이 발전시킨 음식으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중식이다”. 초마면은, ‘원래 중국 음식으로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한국 화교들이 발전시켜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이게 초마면의 진화 모델, 짬뽕이다.

초마면은 중국 남방, 푸젠성[福建省]음식이다. 호적은 중국이다. 중국의 일상적인 가정식이었다. 푸젠성은 대만과 마주 보는 중국의 바닷가 지역이다. 해산물이 비교적 흔하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산물과 채소를 볶는다. 여기에 국수를 넣고 먹는다. 간단한 서민의 음식이다. 길거리 행상에서 팔다가 식당의 메뉴가 되었다. 해산물을 구하기 힘든 내륙에서는 비교적 흔한 돼지고기를 넣었다. 중국의 서쪽, 회교 지역으로 가면 양고기도 넣는다. 양고기, 돼지고기, 해산물을 가리지 않는다. 레시피랄 것도 없다. 간단하게 만들고 편하게 먹는다.

초마면은, 19세기 후반 한반도로 들어왔다. 인천, 제물포는 19세기 말, 문을 연다. 초마면은 한반도로 들어온다. 19세기 후반, 한반도를 침략한 세력은 둘이다. 일본과 청나라. 청나라는 한반도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했다. 일본은 한반도에 새롭게 진출했다.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가 부딪혔다. 임오군란(1882년)과 청일전쟁(1894년), 두 번의 전쟁과 난을 통하여 일본과 청나라는 한반도에 발을 디딘다. ‘인천의 개항’은 개항을 빙자한 침략이다.

침략의 몸체는 군대다. 청나라, 일본 군대가 한반도로 몰려든다. 군인을 따라서 민간인들도 한반도에 발을 디딘다. 곤궁했던 중국대륙의 서민들이 군인으로, 상인으로, 민간인으로 한반도에 들어온다. 이들이 한국 화교의 시작이다. 고리대금업, 수출입 보따리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짓고, 장사를 했다. 힘든 일을 하는 일용노동자[苦力, 쿠리]도 많았다. 상당수는 음식점을 열었다. 청요릿집의 시작이다.

음식도 사람을 따라 들어왔다. 중국 남부 지방 사람은 초마면을 일상적으로 먹었다. 한반도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 밀가루가 귀했던 한반도에 중국대륙의 밀이 들어온다.

서민 화교들은 짜장면[炸醬麵, 작장면], 짬뽕(炒碼麵)을 일상적으로 먹었다. 임오군란, 청일전쟁 시기, 군인, 화교들이 대규모로 들어왔다. 이들을 따라 음식도 들어왔고, 짜장면, 짬뽕은 개항 거리의 서민 음식이었다. 길거리 음식은 곧 음식점의 메뉴가 되었다.

‘한국 짬뽕’은 몇 차례의 변신을 거친다. 변형, 발전, 진화한 음식이 등장한다. 이름도 혼란스럽다. 경북의 시골 작은 중식당에는 재미있는 메뉴가 있다. ‘야키우동(焼きうどん)’이다. 희한한 음식이지만, 아무도 이상하다 여기지 않는다. 위키백과에는 “야키우동은 일본의 향토음식의 하나로, 우동을 고기와 채소와 함께 볶아 간장과 우스터 소스 등으로 맛을 낸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한다. 야키우동은 볶음 우동이다. 굵은 국수를 볶은 것이다. 일본의 향토음식? 아니다.

국수의 시작은 일본이 아니다. 중국이 국수를 처음 만들었다는 ‘주장’도 ‘소수설’이다. 국수는 터키, 중동, 이집트 등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수설’이다. 볶음국수, 야키우동이 섬나라 일본의 향토음식? 일본에서 시작했다? 틀렸다. 야키우동은 볶음 우동의 일종이다. 여느 나라에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야키우동’이다.

우스터 소스는, 영국 우스터셔(Worcestersh ire) 시의 이름을 따서 ‘우스터셔 소스’ 혹은 우스터셔 내의 우스터 시 이름을 따서 ‘우스터 소스(Worcester sauce)’라고 부른다는 게 다수설이다. 우스터 소스는 영국 것이다. 우스터 소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야키우동이 없었을까? 영국제 소스를 받아들여 만든 일본의 향토음식? 우스꽝스럽다. 야키우동은 중식인가, 아니면 일본식인가? 경북 산골의 중식당에서 파는 일본 우동? 이상하지 않은가?

야키우동은, 초마면이 오늘날 짬뽕으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의 음식이다. 야키우동에 육수를 부으면 짬뽕이 된다. 경북 시골 중식당의 야키우동은 특이하다. 맵다. 태국식 볶음국수, 일본 야키우동, 야키소바, 중국 볶음국수는 맵지 않다. 매운 메뉴도 있지만, 우리의 야키우동처럼 일상적으로 맵지 않다. 경북 칠곡에는 매운 야키우동으로 널리 알려진 집이 있다. 가게 메뉴판에 ‘쿨피스 大’를 넣었다. 매운 것을 먹은 다음, 쿨피스를 마시고 식히라는 뜻이다. 태국의 매운 고추나 사천 고추, 청양고추 매운 맛을 훨씬 넘어선다. 대부분 시골 작은 중식당의 야키우동도 모두 맵다. 매운맛은 한반도 야키우동의 특징이다.

한때 ‘중화우동(中華うどん)’도 중식당 메뉴에 있었다. 중화우동은 ‘중국식 일본 우동’이다. 역시 한반도의 중식당에 있었다. 지금도 일본의 중식당 중에는 중화우동을 내놓는 곳이 있다. ‘주카우동’이다. 중화우동은, 한, 중, 일의 합작품이다. 한반도의 식당에서 한국 사람들이 먹었다. 중식당 메뉴인데, 마치 일본 우동 같다. 맵지 않다. 국물이 흥건하다. 일본 우동 같다. 중화우동과 야키우동의 차이는 매운맛, 그리고 국물이다. 중화우동은 맵지 않고, 국물이 있다. 야키우동의 ‘매운맛’과 중화우동의 ‘국물’은 한국 짬뽕의 뿌리다.

‘웍(WOK)질’도 주요 포인트다. 일본식 우동은 볶지 않는다. 웍질은 속어다. 중화 냄비인 웍에 넣고 복는다. 초마면과 야키우동은 채소와 면을 볶는다. 웍질한다. 원형 일본 우동은 볶지 않는다. 볶으면 일본식 야키우동이다.

중국 초마면, 일본 나가사키 짬뽕은 모두 웍질을 한다. 한국 짬뽕도 마찬가지. 중화요리 웍을 써서 채소, 고기, 해물, 국수를 볶는다. 볶은 채로, 국물 없이 내놓으면 초마면이다. 매운 것은 한반도식 야키우동이다. ‘웍질’ ‘매운맛’ ‘국물’을 더하면 한국 짬뽕이다. 한국 짬뽕은 여러 종류 음식을 거치며 탄생했다.

짬뽕은, 초마면, 야키우동, 중화우동과 다르다. 여러 종류 음식의 몇몇 포인트를 받아들였다. 바꾸고, 발전시켰다. 진화하여 한식이 된다. 짬뽕이다. ‘짬뽕’이라는 이름은 일본 나가사키 ‘찬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일본 나가사키 항구에 있는 ‘시카이로[西海褸, 사해루]’가 일본 ‘나가사키 찬폰’의 시작이다. ‘시카이로’는 일본 화교 진평순이 시작한 음식점이다. 가난한 유학생, 나가사키 거주 화교들을 대상으로 문을 열었다. 해산물, 돼지고기, 채소 등을 섞어서 볶는다. 이리저리 뒤섞은 ‘챤폰’이다. ‘짬뽕’이라는 이름은 ‘찬폰’에서 왔을 것이다. 내용물은 물론 전혀 다르다. 1970년대를 거치며, 한국에는 맵고 붉은색의 짬뽕이 유행한다. 그 이전에는? 오늘날 짬뽕의 뿌리가 되는 중화우동, 야키우동, 초마면, 우육탕면(牛肉湯麪) 등이 중식당의 메뉴였다. 한식의 특질은 다양함, 끊임없는 변화, 진화다.

초마면에서 시작, 우리는 다양한 짬뽕을 만들었다. 해산물 짬뽕도 여러 가지다. 굴짬뽕이 있는가 하면, 홍합짬뽕, 주꾸미 짬뽕도 등장했다. 버섯짬뽕, 돼지고기짬뽕이 있고, 김치짬뽕도 있다. 짬뽕의 종류는 무수하다. 경북 시골의 중식당들은 여전히 야키우동을 내놓는다. 밥도 등장한다. 한반도식 변형이다. 짜장밥, 짬뽕밥이다. 야키우동도 마찬가지. 칠곡의 매운 짬뽕 가게에서는 ‘야키밥’이라는 희한한 음식도 내놓는다. 한식 짬뽕의 끊임없는 진화다. /맛칼럼니스트 황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