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춘추시대 위나라 혜왕은 백성 수 증가를 바탕으로 부국강병을 위해 노력했으나 별 효과가 없자 맹자한테 그 원인을 물었다. 이에 맹자는‘전장에서 전쟁이 한창일 때 한 병사가 갑옷과 투구를 던져 버리고 도망을 쳐서 백 보쯤 가서 멈추었습니다. 또 다른 병사는 오십 보쯤 도망치다가 멈추어서 백 보 도망친 사람을 겁쟁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혜왕은 ‘오십보나 백보나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가 아니요?’이에 맹자는 ‘그것을 아신다면 이웃 나라보다 백성이 많아지지 않는다고 한탄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결국 혜왕이 흉년이 들었을 때 백성을 도운 것은 전쟁을 위한 목적이었기에 위나라는 인구가 더 늘지는 않았던 것이다. 사자성어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이다.

백성을 많이 잘 보살핀다는 이 보살핌의 뜻은 평소에 백성을 위한 지도력과 백성들의 생활안정, 예의와 도덕국가, 교육이 널리 보급된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외에는 사적으로 아무것도 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결국 혜왕이 바라는 백성 수 증가는 이웃나라와 전쟁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다른 목적을 둔 꼼수정치라 인구수가 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정치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존재할 수도 없다고 할 만큼 그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행정부 우위와 관료 지배적 특성으로 권위주의와 전제적이며, 중앙집권적인 체제 속에 여, 야의 극심한 대립현상은 타협의 정치가 정착되지 못했음을 알려준다. 국회 또한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이합집산으로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철새정치인들이 정치판을 휘젓고 다니는 행태가 만연되어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의 ‘4+1협의체’는 여야합의체라고는 하나 실제는 범여권기구로, 세간에서는 군소정당 대표들이 금배지를 달기 위해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을 나열하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법개혁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에 의석이 집중되는 기득권 체제가 해체되고 다당제 체제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석패율 당선’을 노린 소수정당 후보들이 선거개혁과는 거리가 먼 범여권 중진 인사가 지역구 출마를 해 낙선해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꼼수를 노린 것이다. 결국은 개혁으로 포장된 여당과 범여 군소정당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누더기가 된 선거법 개정안은 꼼수정치의 본질을 드러냈다. 이 꼼수에 반발한 제1야당은 바로 ‘비례한국당’이라는 비례대표 의석확보를 위해 위성정당을 차릴 수 있다고 발표했으니 어찌보면 ‘신의한수’아닌가. 민주당이 정치개혁이라는 포장으로 선거제 개혁보다는 의석수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의회 민주주의에서 찾아볼 수 없는 4+1이라는 범여협의체를 만들어 제1야당을 배제시킨 후 국회농단을 하는 마당에 위성정당 구상은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결과도 있겠으나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다. 꼼수정치를 집어치우라고 서로 삿대질하며 싸우는 현 시국은 국민들 눈에는 파렴치정치, 꼼수정치의 끝판왕으로 밖에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