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송년회 간소화로 식당·호텔 예약 작년 절반 수준
소비침체 여파 백화점 정기세일·전통시장 매출도 곤두박질

경기침체로 인한 극도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올해 포항지역 유통가엔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식당이나 호텔 예약률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격감한 가운에 이달 초에 끝난 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죽도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 매출도 전년 대비 20∼30%가량 떨어졌다. 비교적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겨울용품 판매마저 부진을 이어가면서 유통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23일 롯데백화점 포항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보름간 진행한 올해 마지막 정기 할인행사 매출이 영남지역 평균보다 0.1%가량 낮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연말 대목을 기대해 다양한 사은행사를 마련했지만, 지난해보다 매출은 더 떨어졌다. 장기 경기침체 탓에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데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시즌상품 판매 부진이 심화하면서 신장률이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포항점 관계자는 “전국 지점과 비교해도 포항지역 신장세는 철강경기 침체 때 꺾인 뒤로 꾸준히 하락세”라며 “연말을 맞아 할인 폭을 확대하고 사은품을 제공하며 대대적인 세일에 나섰지만, 매출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현 시점에서 모피나 코트처럼 방한의류와 난방용품 판매가 매출을 주도해야 하는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행사상품 위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전통시장 상황은 더 어둡다. 연말연시는 상인들 사이에서 명절만큼이나 대목에 해당하는 시기다. 지난 19일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 내 건어물점, 신발가게, 의류상점 등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상인들은 “연말인지 모를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맘때 선물용으로 잘 나가는 인형이나 장난감, 아동복 등은 지난해보다 판매가 더 안 된다는 반응이다.

크리스마스 용품과 같은 문구류를 파는 김모(40)씨는 “지난해보다 판매가 절반 정도 줄어 재고만 쌓이고 있다”며 “8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올해가 가장 장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죽도시장 골목에 자리한 여성의류점 상인 양모(52·여)씨도 “2, 3년 전까지만 해도 수능이 끝나고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신학기까지는 연말연시 대목 경기가 있었는데 요즘엔 주말에만 관광객들이 부쩍 찾아오는 것 말곤 시장을 찾는 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워낙 경기가 어렵다고 하니 부유층이나 서민층 모두 돈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했다.

매년 요맘때면 송년회 예약으로 연말 특수를 누리던 음식점과 술집들도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이어 최근엔 송년 모임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외식업계에는 오히려 연말 한파가 찾아왔다.

포항시 북구 양학동의 한 음식점 업주 최모(66)씨는 예약일지를 펼쳐보이며 “음식업계는 보통 11월 중순부터 연말 특수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절반 이상 더 줄었다”면서 “해마다 가게 운영이 어려워져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테이블 두세 개만 차도 감사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그가 건넨 예약일지에는 손님 이름이 적힌 글씨보다 여백이 더 도드라졌다.

시민들은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을 토로한다. 경기침체로 연말 보너스까지 얼어붙으면서 일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곳도 있다. 지난 1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 등이 직장인 8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직장인의 36%만 올해 연말 보너스를 이미 지급받았거나 받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4%는 지급받지 못했는데, 그 중 11%는 ‘원래 지급받기로 됐으나 회사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에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려는 모양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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