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재 학

다 팽개치고 넉장거리로 눕고 싶다면

꽃 핀 산벚나무의 솔개그늘로 가라

빗줄기가 먼저 꽂히겠지만

마음 구부리면 빈틈이 생기리라

어딘들 곱밉든 군식구가 없겠니

그곳에도 두 가닥 기차 레일 같은 운명을 종일 햇빛이 달구어 내지

먼저 온 사람은 나무둥치에 파묻혀 편지를 읽는다

풍경(風磬)이 소리 내는 건 산벚나무도 속삭일 수 있다네

달빛이나 바람이 도와주지만

올해 더욱 가난해진 산벚나무가(家)

울어라 울어라, 꽃 핀 산벚나무가 씻어내는 아우성

봄비가 준비된 밤이다

겨울을 견딘 봄 산의 나무들에 새순이 돋기 전 산 중턱에는 환하게 산벚나무 꽃등이 켜진다. 시인은 정갈하고 단아한 목소리를 이 깨끗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산벚꽃이 피고 봄비가 내리면 온 산하는 새봄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시인의 미학적 인식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봄 시를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