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상파 주말 공략에 지상파 가세
금요일 밤부터 주말인 트렌드 맞춰
일요일까지 미니시리즈 집중 편성
다양한 장르·이색소재로 시선강탈

사랑의 불시착/ tvN 제공

평일 미니시리즈가 각 방송사 드라마국의 핵심이라는 것도 옛말이 됐다. 이제는 주말 전쟁, 그러니까 금·토요일 드라마 싸움이다.

미니시리즈 프라임타임으로 불리는 밤 9∼10시대를 기준으로 월·화요일에는 지상파는 SBS TV ‘VIP’뿐이고 tvN ‘블랙독’과 JTBC ‘검사내전’이 편성돼 있다. 수·목요일에는 KBS 2TV ‘99억의 여자’와 MBC TV ‘하자있는 인간들’,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경쟁 중이다.

반면, 금요일 밤부터 주말로 분류되는 최근 트렌드에 따라 금∼일요일에는 tvN ‘사랑의 불시착’, SBS TV ‘스토브리그’, JTBC ‘초콜릿’, TV조선 ‘간택’ 등 미니시리즈와, 전통 주말극인 KBS 2TV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MBC TV ‘두 번은 없다’ 등 라인업이 풍성하다.

특히 ‘사랑의 불시착’, ‘스토브리그’, ‘초콜릿’, ‘간택’ 등은 각 방송사 핵심 작품으로 분류된다.

스토브리그 /SBS 제공
스토브리그 /SBS 제공

그중에서도 ‘사랑의 불시착’은 올해 보릿고개를 겪은 tvN에 마지막 가능성을 남긴 작품으로 꼽힌다.

드라마는 현빈과 손예진이라는 호화 캐스팅에 대한민국 재벌가 상속녀와 북한 엘리트 장교 간 로맨스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첫 방송부터 시청률 6%를 돌파했다. 북한 관련 소재와 지나치게 명랑한 톤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두 톱 배우, 선남선녀를 안방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화제성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반응이 많다.

‘스토브리그’ 역시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는다. 그동안 운동선수를 소재로 한 작품은 꽤 있었지만, 야구 중에서도 야구단 프런트를 조명한 작품은 ‘스토브리그’가 처음이다. 예상보다 꼼꼼한 디테일에 국내 프로야구팬들은 이 드라마를 각자 응원하는 구단에 대입하면서 몰입하는 분위기다. 시청률도 첫날 3.3%-5.5%에서 둘째 날 5.5%-7.8%로 뛰어올랐다.

‘초콜릿’은 1990년대 감성을 살린 멜로로 마니아층을 낳았다. 시골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이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가장 명료한 구성이기도 하다. 윤계상과 하지원, 베테랑 배우들의 첫 호흡도 기대 이상이다. 시청률도 4%대에 진입했다.

‘간택’은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을 보유한 ‘대군’의 주인공 진세연과 김정민 PD의 재회로 관심을 끌었으며, ‘대군’만큼이나 빠른 전개로 TV조선 기본 시청자층인 중장년은 물론 젊은 세대의 눈도 붙들었다. 시청률은 3% 돌파를 앞뒀다.

초콜릿/ JTBC 제공
초콜릿/ JTBC 제공

이렇듯 각 방송사가 대작이나 알짜 미니시리즈를 주말에 편성하는 것은 버려진 시간대였던 속칭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온 비지상파의 전략, 그리고 드라마 편수 감축으로 재정난에 대응 중인 지상파의 고육지책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7일 “과거에는 수·목요일이 지상파 드라마들의 자존심을 챙겨주는 시간대였다. 금요일은 버리는 시간이었는데 tvN, JTBC 등 비지상파가 그 시간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새로운 편성 시간대가 구축됐고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이어 “지상파는 제작비 부담에 월∼목요일을 다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 집중을 금·토요일에 맞추려는 흐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생활패턴도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불금이라고 나가는 사람과 집에서 조용히 쉬면서 드라마 한 편 보는 사람으로 극명히 갈린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