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매년 새해를 맞이할 시기가 되면 무사히 한 해를 보낸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새해에 뭔가 새롭고 희망적인 일들이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욱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항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감사할만한 일이 많았다.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하여 연중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가 끊이지 않았고,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청원에 시민들이 일치단결하였으며, 암각화 특별전을 개최하면서 뿌리 깊은 역사유적을 지녔다는 자긍심을 가지기도 하였다. 또 강소연구개발특구와 영일만 관광특구의 지정 등 지속 가능한 도시 포항의 미래먹거리도 착실히 마련한 성공적인 한해였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해는 어떠할까. 먼저 포항 지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부터 점검해 보자. 현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정치 일정뿐이다. 21대 총선과 관련한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어제부터 개시되면서 지역의 정치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어 국내의 정치정세는 내년 4월 중순이면 마무리된다. 다만, 세계 정치경제정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서는 2월에 예비선거가 있지만 11월에 선거가 있어 연중 미국 정세의 변화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은 상당히 민감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브렉시트이행기한도 12월이어서 정치정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포항의 경제정세는 어떠할까. 지역의 주력부문인 철강산업은 주요 국제 철강재 가격이 하락 경향인 데다, 올해 들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철광석 가격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출 감소와 원가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요인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지역 철강업체의 내부요인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숙련기능직의 정년 도래로 기술력 보존이 쉽지 않은 데다 직원들의 고령화와 더불어 3년간 최저임금이 32.8%가 상승하면서 평균 인건비 부담이 커진 점까지 고려하면 철강을 중심으로 하는 포항경제의 내년 기상도는 대체로 흐린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포항경제를 조금이라고 회복시키려면 비철강, 비제조 부문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내년에는 지진재해 복구 관련 사업을 최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 건설업체가 주도하는 토목, 건설사업이 활발해지면 지역 철강의 부진도 다소 완화시킬 수 있다. 이왕이면 지금 시범 운항에 나선 국제크루즈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반조성사업도 동시에 추진하였으면 한다. 크루즈산업의 경제효과는 영일만항에서 도보로 이동하거나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최상급의 요리를 제공하는 음식점, 포항에서만 체험하거나 볼 수 있는 독특한 관광상품, 크루즈선이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숙박여건을 경험한 관광객이라도 만족할 만한 특급호텔 등과 같은 기반인프라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크루즈선의 기항은 항만의 접안능력의 대소가 아니라 기항지가 지닌 소비기반의 매력에 좌우되는 것이다. 적어도 2020년은 포항경제가 지닌 약점을 보완하고 인내하면서 밝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반 조성에 매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