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무덤은 크고 둥글고 푸르다

가끔 무덤 안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들린다

그곳이 입구인지 알고

길을 제 몸속으로 빨아들이며 날아온 새들이

발을 내려놓는다

새들에게도 지구는 미끄럽고 둥글다

어쩌면 지구는 거대한 무덤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시인은 지구와 무덤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라는 거대한 무덤 속에 살고 있는 존재들의 운명적 존재 양식을 상상력과 참신한 비유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