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집회는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몸집이 큰 포식자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반(反)이민 등 극우주의에 저항하자는 풀뿌리 시민운동이다.

길이가 15㎝ 정도인 정어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물고기다. 다른 어류는 물론 고래나 물개 같은 해양 포유류의 먹잇감이다. 하지만 무리를 이룬 정어리 떼는 조밀하게 뭉쳐 몸집을 키우고, 지느러미를 움직여 진동을 만들어내면서 포식자의 공격을 피한다.

정어리 집회의 시초는 내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伊 살비니의 동맹당과 우호 정당들이 지지 집회를 갖기로 하자 마티아 산토리와 친구들이 인근 광장에서 대응 집회를 갖기로 하고 소셜미디어로 알린 것이 시초다. 산토리와 친구들은 흩어져 있을 땐 공격에 속수무책인 정어리가 무리를 지어 큰 적을 물리치는 것처럼 극우주의에 대항해 힘을 모으자며 소셜미디어에서 호소했고, 시민들이 이에 호응해 정어리가 집회의 상징이 됐다. 볼로냐에서 1만5000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시칠리아, 밀라노, 토리노 등을 거쳐 수도인 로마에 상륙하면서 세를 점점 불려 최근에는 스스로를 정어리(sardine)라 부르는 시민 약 10만 명이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 모여 이탈리아에서 득세하는 극우주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특징적인 것은 집회 참석자들은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린 그림과 포스터 등을 손에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집회는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일반적인 집회와 달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정어리 집회 역시 민의의 준엄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한다. 정어리로 변신한 촛불이 세계를 가만히 흔들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