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운칠기삼(運七氣三)’, ‘운구복일(運九福一)’이라고 한다. 똑같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누군가는 승승장구 앞으로 나아가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기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며 하는 말이다. 사회적 성공은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로버트 H. 프랭크는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라는 책에서 행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생의 중대한 성취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행운아”라며 ‘실력주의’라는 신화에 도전한다. 이제 인사평가가 끝나고 인사이동이 시작될 시기다. ‘누군가’의 평가가 앞으로 자신의 삶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12월에 생각해 보는 질문, 당신의 삶에 도움을 준 귀인은 누구인가?

성공과 실패는 한 개인의 노력과 능력 여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평소 맺어온 관계와 네트워크의 질이 성공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경쟁의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결정적인 누군가가 있다면 동일한 조건의 다른 이들보다 더 쉽게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다. 자신의 삶은 혼자 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힘은 결국 네트워크 효과다. 등 뒤에서 기분 좋게 밀어주는 순풍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속도를 더해 줄 수 있으나, 강한 역풍은 앞으로 한 발짝 전진하는 것조차 얼마나 어렵게 하는지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이룬 그 어떤 성공에도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능력이 있어 그 자리까지 오른 게 아니라 누군가가 이끌어준 덕분에 거기까지 갔고 그만큼 이룬 것이라는 겸손한 태도가 중요하다. 이전투구의 현실에서도 ‘밑지고 사는 게 밑지는 게’ 아니라는 진실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해관계만 따지고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삶의 끝은 명확하다. 베풀어준 것이 없으니 받을 것도 없고 먼저 배려하지 않았으니 누군가의 마음에 따스한 존재로 기억될 리 없다. 유불리만 따져 당장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은 묵묵히 헌신하고 겸손하게 행동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평판은 그 사람이 만난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서 언젠가는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도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갔고 누군가는 더 특별하게 자리하였다. 우리의 삶은 무수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궁극적으로 관계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어떤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는지,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행복은 ‘아는 사람이 많다’는 숫자에 있지 않다.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받고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과의 깊은 만남에 깃들어 있다. 좋은 관계망이 좋은 삶을 만들어주기에 자신의 주변과 지금까지의 네트워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 곁을 묵묵히 지켜준 사람들이 바로 당신의 귀인이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과, 당신 자신이 누군가의 삶을 이끌어주는 귀인이 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