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구 하
함께 이루는 생은 얼마나 황홀한가
상주시 부원도 석운도예공방
토끼랑 닭이랑 네 집 내 집 없이 드나드는 앞마당 한쪽 늙은 호박 한 덩이
생을 이어주던 넝쿨넝쿨 다 어디가고
무거운 육신 밤새 내린 하얀 눈 속에 묻혀
노을빛 속살 덜어내는 중이다
검붉은 깃털 윤기 잘잘 흐르는
장닭 다가와
누비 눈으로 감싸인 어깨
부리로 쪼는 순간
덩덩, 북소리가 난다
해진 앙가슴에 달라붙은 토끼 두 마리
고개 갸웃거리며 갉아댈 때
샤샤샥 일렁이는 중심의 물결
생의 소리가 저 늙은 호박에
다 들어앉아 있나
감나무 아래 백구도 어느새 담장을 타고
허공을 향해 컹, 컹, 후렴을 한다
소리가 소리를 키우는 눈부신 고요
석운도예공방의 앞마당에 잘 익은 늙은 호박이 있는 풍경을 그려내면서 시인은 호박과 토끼와 장닭, 백구라는 자연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이뤄내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