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최근 지역에서 개최되는 학술세미나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계 등 어떠한 분야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같음을 새삼 느낀다. 물론 재임기한이 있는 주요 임명직 기관장들이야 바뀐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면 지역 각계의 유지라고 불리는 각 기업체의 임원진이나 단체 대표, 학계의 전문가 등은 대부분 같다. 그저 다들 얼굴의 주름살만 하나씩 늘어날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지역에서 매번 마주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필자와 같은 급여생활자들은 가령 본인이 은퇴하더라도 그 역할은 당연히 후임으로 임명되는 그 누군가에 의해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 경제를 연구하는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사실 사람만 나이가 드는 것은 아니다. 100년 기업이라는 말처럼 기업들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업력이 쌓이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기업이 100년 동안 이어지려면 그 구성원만큼은 꾸준히 물갈이를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만 다르다.

문제는 지역경제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 지역의 향토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대표나 사장 한 사람의 사정에 따라 기업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기 쉽다는 점이다. 지금 지역의 유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중소기업 사장들은 젊을 때 창업하여 불철주야 노력해 비록 손에 기름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나름 일가를 이룬 분들이다. 그런데, 그들 자녀 중 비록 작은 공장이라도 부모가 일구어낸 중소기업을 가업으로 삼아 그 뒤를 이으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금 포항에서 이삼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는 곳은 소수의 음식점을 빼면 제조업체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정도 안정화된 향토 중소기업 중에는 사장, 종업원이라는 금을 긋지 않고 서로가 한 몸이 되어 수없이 다가온 위기를 함께 극복해온 전우애로 다져진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기업들이 지금까지 포항경제를 뒷받침해 왔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포항의 우수한 중소기업일수록 숙련된 기능공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중소기업의 경영자부터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함께 지난 세월을 보냈기에 고령화라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나 포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도 중소제조업체의 약 70% 이상이 후계자 부재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화두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정작 지역경제를 지탱해왔던 향토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이나 재벌가가 아니라 자신이 일으켜 세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철공소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생존해야만 지역경제가 순환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중소기업 경영자는 자신이 평생 일군 기업이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자식이 아니더라도 뒤를 이을 지역 인재들을 발굴해 후계자로 삼아야만 한다. 지역 각계의 전문가도 자신의 후계자를 미리미리 육성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