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 심재철 의원이 승리한 결과를 놓고 ‘친황(親황교안) 체제’ 구축에 대한 소속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황 대표의 지도력이 중차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 대표 주변에서 조언이랍시고 이말 저말 속삭이는 야망가들을 경계하면서 큰 눈으로 정치를 통찰할 시점이다. 목숨을 걸고 단식을 감행했던 그 결기를 이제 자신에게 쓸 타이밍인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총선기획단에서 발표한 ‘현역 50% 물갈이’와 관련,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하면 그 이상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2000년 총선, 2004년 총선, 2012년 총선을 참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며칠 전 한 언론인터뷰에서 “주변에선 ‘이회창 전 총리의 공천 모델을 배우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제1야당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임명한 윤여준 총선기획단장이 당내 계파 수장인 김윤환·이기택 의원까지 쳐내며 쇄신 의지를 보인 끝에 ‘여소야대’ 국회를 일궈낸 사실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황 대표의 구상에 정치적 환경의 차이를 들어 ‘어이없는 착각’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으로부터 정말 바뀌었다는 평가를 확보하려면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다. 당을 황교안 체제로 획일화하려는 계획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타났듯이 내부분열만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당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치풍토를 창출해야만 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지도자가 욕심을 모두 내려놓는 것이다.

비상대책위 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황 대표가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공천 불개입’을 천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장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김영우 의원 등 비교적 진취적인 정치인들로 팀을 꾸려 공천작업을 일임하는 것도 좋은 시도일 수 있다. 황 대표의 또 다른 헌신과 모험이 절실하다. ‘통 큰 리더십’으로 당부터 살려내야 한다. 내려놓아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