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숙 희

자정 근처 생각은

맑은 기름 같다

불면의 접시 위를

조금씩 채워 가서

꺼질 듯

피어나는 빛 속

사리(舍利) 하나

앉힌다

자정 무렵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시인은 맑은 기름 같이 떠오르는 생각에 더욱 선명해지는 의식을 가다듬고 있음을 본다. 불면의 접시 위에 조금씩 채워나가 그 위에 이뤄지는 사리(舍利)라고 지칭하며 구원의 빛을 앉히는 한 밤의 정결한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