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민교육컨설팅 에듀아이엠대표(커뮤니케이션  전문강사)
문정민 에듀아이엠 대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 줄 아니?”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장면이다. 어린 왕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한다.

“글쎄,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어린 왕자의 생각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얼마나 바쁜가? 지혜로운 사막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네 말도 맞아.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뜻밖의 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싶은 이유 중 첫 번째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싫어질 때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지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함께 하는 기간이 길면 괜찮을까?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가 부부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무조건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맞춰주면 다 될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한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더 힘든 일이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체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일이다. 영국 육상 대표였던 데릭 레드먼드는 400m 달리기 종목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트랙을 질주하던 선수들 사이에 갑자기 한 선수가 주저앉았다. 데릭 레드먼드였다. 150m쯤 다다랐을 때 갑자기 다리 힘줄이 끊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고통 속에서 레드먼드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일어섰다. 진행 요원과 의료진이 만류했지만, 레드먼드는 한 발로 뛰기 시작했다. 그때 관중석에서 한 사람이 뛰어들었다. 아들의 고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레드먼드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울고 있는 아들에게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레드먼드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레이먼드는 더 큰 부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경기 결과는 이미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모든 불운에도 그는 뛰고 싶었다. 비록 메달을 딸 수 없지만, 이 순간을 위해 애쓴 자신에게 떳떳해지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아들의 마음을 깨달은 아버지는 부축하며 말한다.

“그래, 같이 뛰자!”

아버지는 결승선까지 완주하도록 도왔다. 어깨동무하며 골인하는 그들에게 모든 관중이 일어서 박수를 보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친한 친구를 생각해 보자. 나에게 정답을 가르치고 강요하려는 친구보다, 내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는 친구에게 마음이 열린다. 존중받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마음을 얻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나 자신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스스로 현재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 상태도 잘 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무엇을 잘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자신의 마음을 얻는 사람은 나 자신을 잘 돌보며 살아간다. 내가 잘한 일과 못 한 일, 그 모든 일이 합해 나라는 사실을 안다. 자신의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수용한다. 그래서 자신을 받아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내 경험에 비추어 남도 실수할 수 있다고 인정하며 무시하지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2019년, 정신없이 사느라 놓쳤던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이런저런 일로 웃고 울기도 했다. 기대했던 만큼 잘 풀리지 않은 일도 있지만, 뜻밖의 소식에 기쁘기도 했다.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 덕분에 힘이 나기도 한다. 손가락을 꼽아가며 고마운 이름을 떠올려 본다. 열 손가락으로 부족하다. 괜히 부끄럽고 미안하다. 어쩌면 내 상처만 기억하느라 고마운 사람을 잊고 지내지는 않았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연락해야겠다. 내게 사랑과 이해를 가르쳐 준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나를 더 아끼고 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기온이 뚝 떨어져 바람이 차다. 사람의 따스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