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만재 지열발전연구단 부단장
네덜란드 지진 대책 사례 들어
부동산 가치 하락·심적 고통 등
비물질적 피해 보상 대비 강조

11·15 포항지진은 겉으로 드러난 피해 이외에도 지진으로 인한 무형의 재산 피해에 대한 보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동산 가격 추락, 정신적 고통, 영농차질 등을 예로 들었다.

양만재 11·15포항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시민사회분과 부단장은 5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포항지진 피해 보상 등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부단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네덜란드 북쪽에 위치한 그로잉엔(Groningen) 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이후 정부, 기업 등 책임자들의 대책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과 포항시는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총 4박 6일간 네덜란드 그로잉엔 가스추출 현장과 그로잉엔 대학 등을 둘러봤다. 또 지역 시민단체인 ‘그로잉엔 사람들의 토양운동(Groninger Bodem Beweging, GBB)’과 만나 지진 발생 직후의 상황과 이후 대책 등을 공유했다.

네덜란드 현장방문에 동행했던 양 부단장은 “포항지진과 그로잉엔 지진은 각각 지열발전과 가스전에 의한 촉발, 유발지진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지진으로 인한 피해유형은 비슷했다. 그로잉엔 주민들 역시 지진에 따른 불안, 자산가치 하락, 건물 크렉, 침하 현상, 지진 트라우마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그로링엔 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스가 매장돼 있는 가스전이 있다. 네덜란드 정부와 ‘NAM’이라는 기업은 그로잉엔 주 전역에서 1950년도부터 가스를 추출, 생산해왔다. 이 곳에서는 지난 2012년 8월 3.6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소규모 지진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나타나긴 했지만, 이전까지 지진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정부, 정치인, 주민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즉시 조사를 시작해 반 년 뒤인 2013년 1월 지진보고서를 발간하고 가스생산에서 비롯된 유발지진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어 곧바로 정부와 기업은 보상작업에 착수했다. 조사관들이 건물 붕괴 현장 등에 파견돼 확인한 뒤 보상금액을 산정해 통보했다. 주민이 제시된 보상액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3심제를 통해 2차, 3차까지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양 부단장은 “네덜란드 그로잉엔 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보상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관련 법들도 계속해서 주민 등의 요구에 맞게 수정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물질적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네덜란드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양 부단장은 덧붙였다. 특히, 부동산과 같은 자산 하락에 대한 보상 산정 대책 역시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포항에서도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부단장은 “예를 들어서 농사를 짓는데 지진으로 집 피해를 입어 건물을 수리하기 위해 농사를 못하는 기간에 대한 보상이라던지, 건물 수리로 인해 장사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네덜란드에서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포항지진 역시 향후 이런 논쟁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대책과 보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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