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 수위가 한계를 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언론의 주한미군 관련 질문에 “나는 (주둔 유지든, 아니든) 어느 쪽 입장도 취할 수 있다”고 답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적절히 내지 않는다면 실제로 미군을 (한국과 일본에서) 빼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빅터 차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9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을 의심하거나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주장하는 발언을 모두 115차례나 했다는 것이다. 협상을 위한 장사꾼의 언술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그의 계산기 안에서 ‘한미동맹’은 결코 투자가치가 높은 결정적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그의 복심이 어떻든지 간에 거듭되는 협박조의 화법은 우리의 자존심을 너무 심하게 자극한다. 한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절박한 안보 현실을 약점잡아 이토록 무참히 흔드는 언행은 참아 넘기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부자나라이기 때문에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는 그의 장사꾼 입버릇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트럼프의 발언은 일단 협상용 카드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변했다는 인식이 상당한 근거를 갖는 작금의 정황에서 그의 엄포를 하찮게 여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철수를 막아줄 것이라는 예측 또한 마냥 미더운 일은 아니다.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의 저자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의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제 각자도생을 해야 한다”는 충고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이 원유 루트를 지키기 위해 동맹체제를 유지하며 출혈을 감내하던 시대는 흘러갔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자체핵무장’ 등 지금까지 금기시해온 모든 실용적 수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주한미군’이 없어도 북핵 위협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는 확실한 ‘국가안보’에 국론을 집중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