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25평 기준으로 4억원 상승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서울 25평 아파트가 평균 12억6천만원으로 지난 2년 반 동안 32%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1.3%와 비교해 볼 때 아파트 가격이 12배나 뛰었다. 중산층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도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아파트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 좌절하고 있는 서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이었다. 진보정권이기에 ‘혹시나’ 했던 기대가 부동산 문제에서 ‘역시나’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동산 공화국에서 서울은 모순의 현장이다.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건물주와 세입자의 간극이 불평등 현상을 보여준다.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과 집 없이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은 출발부터 다르다. 부동산으로 매년 수억원의 불로소득을 버는 소수와, 허리띠를 졸라매도 서울에서 집 한 채 갖는 것이 쉽지 않은 대다수 서민이 존재한다. 강준만은 <바벨탑공화국>에서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발한다. 공동체는 없고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탈리티가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온통 돈 버는 일과 소비하는 일로 시끌벅적한 욕망의 도시”인 서울로 집중화된 탐욕의 문화구조를 분석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사실상 전국을 투기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말을 믿는 것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일이라는 인식이 생긴 지 오래다. 부자들은 정권마다 달라지는 부동산 정책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2019 전국민중대회’ 참가자들은 “사회적 불평등이 유례없이 심화되고 있는데 사회정의를 확립하려는 노력은 실종 상태에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통계청의 ‘2019 사회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다섯 명 중에 한 명만이 “일생동안 노력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자식 세대에서는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와 권력이 부동산을 통해 대물림되면서 사실상 계급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요일 밤에 하는 MBC <구해줘! 홈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 의뢰인들이 제시하는 비용 안에서 최고의 효용과 만족을 주는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뜨는 이유는 집에 대한 기대와 욕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이 평생의 바람이다. 그러나 서울의 아파트 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억 단위로 뛰고 있다. 삶의 질은 어디에 사는가 공간의 영향을 받는데, 정부의 주택 정책이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 단비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가 되지 않도록 서민의 현실 속에 발을 디딘 부동산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