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라 기획취재부

포항지진특별법안이 지난달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지진 피해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포항시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선물해 주고 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발목이 잡혀있지만 포항지진 발생 2년만에 특별법 제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흥해실내체육관 임시구호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은 여전히 혹한이다.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방 한 칸도 없이 포항시가 마련해 준 텐트 속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포항시에서 제공하는 핫팩 2개에 의지한 채 오들오들 떨며 겨울을 나야한다. 한밤중에 싸늘하게 식은 핫팩 대신 또 다른 핫팩을 꺼내서 비벼대는 동안 단잠에서 깨야 하고, 비박을 하는 등산객처럼 완전무장을 한 채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다.

포항시가 온풍기 6대로 난방을 하고 있지만, 체육관의 천장이 높아 실제 생활하는 텐트까지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개인생활공간인 한 평 남짓 한 텐트 안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포항시는 전기담요나 전기장판 등 개인 전열기구에 대한 사용을 금지해 놓았다. 화재 발생의 위험성이 높다는 게 이유이다.

하지만, 전기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개인 전열기구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콘센트를 추가로 설치하는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화재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지금 생활중인 대피소 이재민 숫자의 10배가 추가되더라도 안전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대피소 전기사용을 놓고 두 기관의 견해가 완전히 상반되고 있다. 전기기술자의 진단대로면 포항시는 안전성만 추구하는 전형적인 복지부동행정이란 지적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불이 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 개인 전열기 사용은 앞으로도 절대 불가능하다”며 강경했다. 지진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재민들이 어떻게 겨울을 나란 말인가. 핫팩 지원 갯수를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린다는 게 포항시가 생각해낸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재민들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포항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단 하룻밤만이라도 우리와 함께 대피소 텐트에서 영하의 추운 겨울밤을 보내 보면 어떨지.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