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필리버스터 카드에 국회 본회의 무산

자유한국당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29일 정기국회 12차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파행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29일 정기국회 12차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파행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9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기습적으로 꺼내 들면서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당초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포항지진특별법을 비롯해 각종 민생법안 제정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은 이날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12월 10일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충돌로 인한 ‘동물 국회’ 재연,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는 마지막 정기국회 마비라는 오명까지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택했다.

당장 이날 포항지진특별법 등 200건의 법안을 처리하려던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고, 12월 10일까지 국회가 올스톱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도 불투명하다.

허를 찔린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민생법안을 볼모로 삼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비판적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배수의 진을 쳤다.

실제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 예정된 이날 오후 2시 한국당의 무제한 토론 신청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민생파괴·국회파괴’로 규정,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한국당 규탄대회를 여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해찬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20대 국회 전체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다”며 “제가 30년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꼴은 처음 본다”고 격분했다.

이 대표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민생 폐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 내부적으로는 필리버스터 카드를 맞받아칠 뾰족한 수가 없어 고심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입장해있는 본회의장에 발을 들이지 않은 채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의총에서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던 이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의사일정 진행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본회의 불참으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개시를 막은 민주당은 추후 본회의 일정을 잡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 예산안ㆍ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신청을 계기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신청 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사보임,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이제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는 것”이라며 “이 저항의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강조했다.

민생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국회법에 규정된 합법적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부정적 여론 확산을 의식해 본회의가 개의되면 스쿨존에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 포항지진특별법 등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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