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사극 ‘천문’서 20년 만에 재회
각 장영실·세종으로 변신해 열연
스크린 밖서도 남다른 우정 과시

배우 최민식(왼쪽)과 한석규가 2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린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꿈을 꿨던 동지이자 친구, 영원한 파트너였던 세종과 장영실, 두 분의 관계가 마치 우리와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 출연한 최민식과 한석규가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27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이 영화 제작보고회서다.

1997년 ‘넘버3’와 1999년 ‘쉬리’ 이후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스크린 밖에서도 남다른 우정과 호흡을 과시했다. 이날도 둘은 마치 만담하듯 대화를 편하게 주거니 받거니 했다.

최민식은 “(한)석규를 오랜만에 봤는데, 보자마자 옛날로 돌아갔다. 마치 ‘쉬리’ 이전에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신기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다.

최민식은 “그동안 한눈 안 팔고 한동네에서 뒹굴다 보니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같은 작품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세월이 흘러도 좋은 사람, 좋은 동료를 다시 만나 작업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웃었다.

“우리는 성장기부터 50대 후반까지 서로서로 지켜봤습니다. 때로는 한 명이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고, 잘나갈 때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한석규 역시 “민식이 형님과 저는 나이 20세를 전후해 연기라는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연기관을 가지고 살아왔다”면서 “그동안 한 작품에서 만나기를 기다려왔다”고 화답했다.

‘천문’은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조선 최고 과학자로 꼽히는 장영실은 본래 부산 동래현의 관노였다. 타고난 재주 덕분에 세종의 눈에 들어 정5품 행사직을 하사받는다. 이후 둘은 20년간 함께 하며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관측할 수 있는 천문의기를 만드는 등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그러나 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장영실은 곤장 80 대형에 처하고, 궁 밖으로 내쫓긴다. 그 이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최민식은 장영실을, 한석규는 세종을 각각 연기했다.

최민식은 장영실에 대해 “자신을 면천해주고, 능력을 백분 발휘하게 해준 세종을 흠모하고 존경하며 굉장히 따랐을 것 같다”며 “그러면서도 과학자로서 거침없이 자신의 능력을 표현했을 것 같다. 그런 타고난 순수함과 학자·발명가로서 지적인 면을 겸비한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되짚었다.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괴짜 세종’을 연기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는 “영화 속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마치 (최민식) 형님과 저와의 관계 같다”면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남들이 보면 엉뚱하게 느껴질 정도로 천진난만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영실은 세종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반자, 영원한 파트너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덕혜옹주’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은 “세종과 장영실은 동지이자 친구였는데 갑자기 ‘안여 사건’으로 장영실이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면서 “세종은 뛰어난 신하들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는데, 장영실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업적과 함께 끈끈한 우정 등을 묘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