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섭 변호사
박준섭 변호사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 사건 이후에 27%까지 올라갔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20% 가까이로 떨어졌다. 여기에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논란이 악재로 작용한 면도 있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경제정책의 실패 등 총체적인 실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한국당 등 보수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는 보수의 부활이 결코 상대방의 잘못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다.

결국 보수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보수통합, 보수의 가치의 재정립,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인재영입 1호인 박찬주 대장은 자유한국당이 인적쇄신을 하면서 어떤 인재를 보수의 미래의 대표로 이해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되었다. 그는 군관료이고 대장으로 경력의 마지막에까지 도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실여부를 떠나 권위주의적 처신이 문제되었고, 군사정권 시절에 인권침해가 논란이 되었던 삼청교육대를 교육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어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지에 뒤처져 보였다. 이번 일을 통해 국민들은 더이상 권위주의적인 인물이 보수의 대표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 안보와 산업화의 성과뿐만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등 현대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관료출신을 주로 공천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베버가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썼던 1919년 당시에 독일은 참의원(국회의원)을 주로 행정부의 차관 출신으로 충당했다. 그 당시에는 국가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관료밖에 없었다. 따라서 국가정책을 입법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다시 소환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현재까지 차관출신 국회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이 시스템의 약점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위 통법부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행정부입법이 다수를 이루고 국회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가정책을 입안할 국회의원을 관료 출신들이나 명명가들로 채워서는 안 된다. 아직은 약간 부족하더라도 정책을 이해하고 입법할 능력이 있는 비관료 출신 정치가들로 채워서 이들이 입법활동을 하면서 성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독일과 같은 정치 선진국처럼 십대 때부터 정당활동을 하면서 국가정책을 이해하도록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정당에서 정책으로 무장된 당원들을 키워야 한다. 이들이 자라서 구의원, 시의원도 되고, 구청장,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될 기초가 생기고, 선진화된 입법부가 행정부의 견제와 균형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있다. 이번에 보수혁신을 위하여 인적쇄신을 하면서 관료출신 의원을 배제하고 다시 다른 관료출신으로 채우는 물갈이는 보수의 미래를 위한 인적 쇄신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