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운행 평상시 70% 불과
동대구역·포항역 등 매표소도
절반 가까이 운영 중지해 불편
주말 논술·면접 치를 수험생들
지연 운행에 교통대란 우려 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오전 포항역 대기실 전광판에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이용선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의 총파업 돌입 첫 날부터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예매한 열차편 운행이 취소되거나 매표소 현장에 원하는 표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객들이 속출했다.

20일 전국 역사에는 코레일이 게시한 ‘운행중지 열차 목록’과 출발 안내 전광판을 유심히 살피는 여행객들과 매표창구나 안내소에서 자신이 예매한 열차가 정상적으로 출발하는지 묻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대구역과 포항역 등지의 매표소에서는 KTX와 일반열차의 감축 운행으로 열차 운행 여부를 물어보는 시민들과 이를 설명해주는 역 창구 직원들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한때 대기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한국철도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도 이번 파업에 동참하면서 매표소 절반 가까이가 운영을 중지해 나머지 창구로 이용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등 불편이 가중됐다. 더욱이 스마트폰 예약에 익숙한 젊은층들과 달리 노년층이 열차표 예매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후 포항역에서 만난 시민 이모(65)씨 부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아들내외와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 KTX를 예매하러 왔다”면서 “좋은 시간대 열차가 운행하지 않아 고민 중이다. 다음 열차가 한시간 반 뒤에나 있어 아들에게 조금 늦는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도 시·군을 오가는 일반열차도 이번 철도파업을 피해갈 수 없었다. 포항 월포역과 영덕역을 매일 왕복 7회 운행하는 동해선 일반열차는 이번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아 절반 수준인 4회로 감축 운행된다. 각각 오후 7시 30분과 오후 8시 50분이었던 포항∼영덕 무궁화호 열차의 막차시간은 포항에서 오후 3시 40분, 영덕에서는 오후 4시 35분으로 당겨졌다.

포항역에서 대구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던 장모(71·여)씨는 “영덕에서 대구에 있는 병원을 가기 위해선 포항을 거쳐야 하는데, 포항∼영덕행 기차가 많이 멈춰서 큰일이다”며 “매주 다니던 병원인데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철도 등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20일 오전 4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오는 25일까지 동대구역을 통과하는 KTX 열차는 평시 대비 70.3%, 새마을호는 92.3%, 무궁화호는 64% 정도만 운행됐다.

한국철도는 전국에 필수유지인력 9천630명에 대체인력 4천686명을 투입, 총 1만4천316명의 근로자들이 파업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평시 인력의 62.1% 수준이어서 말 그대로 간간히 버티는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파업 첫날은 평일인 덕분에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지만, 시·도간 이동이 몰리는 주말부터는 말그대로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전국 주요대학 논술 및 면접이 주말에 몰려있어 수험생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철도는 열차 안전 운행과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한 비상수송체제에 돌입했다고 20일 밝혔다.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논술과 수시면접 등 대학 입시를 치르기 위해 열차를 이용하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철도는 수송편의대책을 시행해 열차 출발이 지연되거나 운행 도중 지연이 예상될 경우 KTX 등 상위열차를 포함해 선행 열차를 이용하도록 무료 환승 조치하기로 했다. 또 수험생이 탄 열차가 지연 운행하면 해당 열차 팀장(여객전무)이 하차 역에 연락해 시험장까지 긴급히 수송하도록 경찰 등과 협조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열차가 지연 운행할 경우 해당 대학에 수험생 도착 상황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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