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스크린 복귀작 ‘나를 찾아줘’ 아동학대 문제 담아

영화 ‘나를 찾아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아동 학대 소재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다지만, 학대의 시연 자체가 또 다른 학대일 수 있어서다. 소재의 무게가 영화적 재미를 짓누를 수도 있다. 그럴 땐 극장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도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객석에 전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달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 역시 후자 쪽에 가깝다. 불편하지만 볼만한 영화라는 것이다.

6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이야기가 큰 얼개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제법 매끈한 편이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 반전 등 스릴러로서 장점을 두루 갖췄다. 현실과 영화적 상상력 사이에 걸쳐있는 여러 에피소드도 몰입감을 준다. 실제 우리 주변 어디선가 벌어질 법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주된 배경은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바닷가지만, 영화는 그 속에 똬리를 튼 어두컴컴한 비극을 길어 올린다.

극 전반에 깔린 정서는 모성애다. 병원 간호사인 정연(이영애)은 실종된 자기 아들을 봤다는 낯선 전화 한 통을 받고, 바닷가 외딴 낚시터로 달려간다. 정연은 그곳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아들이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상의 평화를 깨는 외지인을 경계하며 뭔가를 계속 감추려 들고, 정연은 진실에 다가갈수록 고초를 겪는다.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4년 만에 돌아온 이영애가 절절한 모성을 보여준다. 연기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깊이는 한층 깊어졌다. 희망과 서늘함, 황망함, 절실함, 결기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연을 둘러싼 인간군상이다. ‘어떻게 그렇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밝게 생활할 수 있냐’며 툭툭 말 화살을 날리는 주변인들, 장난문자 한 통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아이들, 정연의 슬픔을 파고들어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잇속을 챙기는 가족까지. 다양한 이들을 통해 인간 본성을 드러낸다.

낚시터 마을 사람들의 면면도 마찬가지다. 부패 경찰 홍경장(유재명)을 중심으로 권력 서열을 이루며 공동체 삶을 사는 이들은 아이의 학대를 눈감는 것은 물론 돌아가면서 착취를 일삼는다. 그곳을 찾는 수많은 낚시꾼 역시 다르지 않다.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꼬마 아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없다. 그들의 시선은 오로지 바닷속 낚싯대에 머무를 뿐이다. 이들이 전형적인 악당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이들이어서 상황은 더욱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영화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비정함과 같은 인간 본성과 함께 공권력의 부패와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응축해놓는다.

아동 학대를 다루는 부문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고개를 돌리고 싶은 순간이 많을 듯 하다. 그런 불편함 너머 영화 속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본 뒤 실종 아동을 찾는 전단이나 길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준다면, 이 영화는 제 몫을 해낸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