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생방송 ‘국민이 묻는다-대통령과의 대화’는 소통의 가능성은 보였으되 수준은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점을 입증한 행사였다.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은 결코 ‘이벤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대화 ‘쇼’는 되는데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기자들과의 상시적인 소통은 왜 차단하는지 의문은 더욱 깊어진 셈이다.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와 ‘타락’이라는 단어로 매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주일에 2∼3번씩은 기자들과 만난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300명의 일반 방청객이 각본 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대통령의 자화자찬 태도부터 거슬렸다. 특히 “임기 절반 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았고 지금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평은 어이가 없었다.

경제와 외교·안보 현안, 야당과의 협치·소통에 관한 질문이 없었으니 더욱 답답했다. 청와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타운홀 미팅’이라는 방식은 전문성이 없는 다중을 향해 노회한 전문가가 악용하기에 유리하다는 맹점이 있는 대화방식이다.

기자들이야말로 국민의 한복판에 서 있는 최고의 민심 전문가들이다. 제대로 된, 정말 자신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기자들로부터 준비된 질문과 답변, 반론과 재답변을 통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받으면서 동시에 민심의 소재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일부의 표현처럼 ‘도떼기시장’처럼 만들어진 대화 쇼 현장에서 핵심이 빠진 중구난방 질문에 ‘공수처 설치’ 등 자신에게 필요한 주제를 골라잡아 장황하게 설득하는 자리였다는 혹평은 어찌할 참인가.

역대 대통령들이 어찌했는지를 구구절절 통계수치로 나열하면서 현재의 ‘불통’을 합리화하는 태도야말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왕에 ‘소통’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할 양이면 기자들과의 각본 없는 대화부터 수시로 나서는 게 옳다. 참다운 ‘소통’은 실천하지 않고 ‘쇼(Show)통’만 획책하는 지도자가 참마음을 인정받을 길이란 없다. 한계를 넘어 진정성을 입증하는 신실한 대통령이 보고싶다.